[오성진 월요시론] 이야기를 만들자

2010.06.07 00:00:00

월요 시론


 오성진 <본지 집필위원>

 

이야기를 만들자


단군이래 지금과 같은 번영을 누린 적이 있었던가. 요새는 단군이래라는 말 조차도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나라의 역사상 가장 풍요로움을 갱신해 나가고 있는 시대인 것 같다.
최고, 최초, 최대와 같은 단어가 더 이상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지 않는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책에서, 저자는 두바이 관광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안내원의 ‘최초, 최고"라는 단어에 귀가 솔깃해 하지만, 반복되는 같은 종류의 단어에 서서히 식상해가는 모습을 실감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 이야기가 먼 두바이에서만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도 주위에서 너무도 많이 듣고 보고 경험하고 있는 이야기다.


아이폰이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의 대화 가운데에서도 아이폰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애플사가 기대했던 것만큼은 인기가 높지 않다고 한다. 아마도 새로운 것에 익숙하고 또 익숙해져서, 둔감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요즈음 내원하고 있는 환자들이 상담하는 내용들이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인터넷에서는 질환의 원인이라든가 치료방법 등에 관한 상담보다는, 치료비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넘친다. 내원해서 상담하는 사람들은 아직은 치료방법에 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색다른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은 결과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환자를 상담을 하면서 치료상태를 보면, 돌팔이 수준의 치료는 눈에 뜨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고도의 치료가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 결과 또한 상당한 수준인 것을 확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매우 불만스러운 호소를 하고 있다.


병원의 기술수준이 낮아서 불만스럽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치료의 결과가 불만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기야 그럴 것이다. 기술이 부족한 병원이 지금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에, 기술을 갖추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치료재료의 혁신적인 발전, 의료기술의 발전은 참으로 눈부시다.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 이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 없지 않을까 생각이 될 정도이다. 이렇게 발전이 되어, 환자들은 양질의 치료를 받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치료에 대한 불만은 갈수록 늘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다.


어떤 사람들은, 의료의 본질보다는 서비스 쪽에 치중된 병원운영의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환자들의 기대수준이 너무 높아져서 환자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 만큼의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이러한 지적보다는, 환자에 대한 의료인들의 마음가짐이 충분하지 않은데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너무도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의술은 인술(仁術)이라고 한다. 자비로운 시술을 하는 것이 의술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자비로운 사람에게 기술의 높낮이를 따지는 사람은 없다. 베풀려는 사람에게 그 베품의 크고 작음을 따지는 사람은 없다.
의술의 스토리를 만들면 어떨까?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기 보다는 인술의 자랑을 하면 어떨까? 최초·최고·최대에 둔감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준다면, 우리들에게도 그리고 우리의 고객인 환자들에게도 치료가 기억하고 싶은 추억으로 남겨지지 않을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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