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진 월요 시론] 선 택

2011.05.02 00:00:00

월요 시론


오성진 <본지 집필위원>

선 택


사람은 누구라도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자리에 들어 눈을 감을 때까지 모든 것을 선택해야만 한다.
자리에서 일어날까 말까. 일어나서는 체조를 할까 말까. 세수를 먼저 할까 신문을 먼저 읽을까.
아니면 멍하니 그냥 앉아 있을까.


그 외에도 무수히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자신의 ‘선택"이다.
과거의 광고 카피에 이런 글이 있었다.


“한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아마 내 연배쯤 되는 분들은 너무도 귀에 익었던 카피일 것이다. 한 번의 선택으로 평생이 결정되어 버리고 만다면, 무엇 하나 가볍게 결정할 수가 없다. 참으로 삶이란 어려운 것인가 보다.


일본의 ‘동북관동대재해"는 인류 역사에 크게 기록이 될 사건이 될 것 같다. 사람의 선택과는 관계 없는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 이번 지진재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머리 속에 떠올리면 “틀림이 없는 나라", “신뢰가 가는 나라"라는 인식이다. 그들이 만드는 제품은 믿을만한 것이고,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가치가 크다는 인식이 마음 속에 박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중요 제품 속에는 일본의 핵심부품과 기술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초에 그러한 생각을 산산조각 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토요타 자동차의 결함을 문제 삼아 리콜을 시킨 사건이었다. 그 사건의 내막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복잡한 내용들이 들어 있겠지만, 바탕에는 그 동안 일본기업의 프라이드였던 섬세함과 완벽함을 치명적으로 손상시킨 토요타의 새로운 논리가 들어 있었다. 경비절감을 위해서는 다소 안전이 떨어져도 좋다는 CEO의 생각이 그러한 문제를 야기시켰다는 이야기이다.


지진 자체는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 대처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 지진이 일어나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지진 자체보다도 그에 따라서 일어나는 문제가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예측했던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가 크게 일어나고 있지만, 사람의 선택에 따라서 사회 전체, 나아가서는 세계 전체에 미치는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큰 재해에도 불구하고 일본사람들은 자신보다는 먼저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일본의 사회교육이 일본사람 각자에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 온 결과이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교육이고 힘이다.


그러한 환경에서 살아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사회에 대한 신뢰가 매우 강한 곳이 일본이다.
일본국민은 원자력발전소의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사고에 대처하는 일본정부의 모습에 대해서도 상당히 신뢰를 가지고 순종을 해 왔다.


그러나, 그 신뢰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여, 일본 국민들 뿐만 아니라 세계 사람들이 일본정부의 발표에 대해서 의구심을 넘어서 완전한 불신의 단계에까지 오게 되었다. 정부가 선택한 방향이 일본이 그 동안 쌓아 온 신뢰를 한없이 실추시켜버리고 말았다.


개인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자신에게 국한된 문제라고만 생각하면, 그것 역시 잘못된 생각의 선택이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자신에게만 국한될 수가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직접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고,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이 모방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결혼을 하였을 때, 나의 어머니로부터 앞으로 내가 낳을 자식교육의 길에 대한 말씀을 들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말하는 대로 하지 않고 부모가 하는 대로 한다"는 말씀이었다. 옳은 말씀이었다. 그것을 늘 마음에 두면서 자식교육을 한다고 해 왔지만, 돌이켜 보면, 행동보다는 말이 앞섰던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 자신도 아직도 미완성의 인간이기 때문에 부족한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해 왔지만, 그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는 말이 너무도 많다. 그것도 자신에게 하는 말보다 남에게 하는 말이 많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된다면 이 사회가 더 아름답고 풍요로워질텐데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스스로는 그렇게 행동할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그런 모습을 그대로 배울 것이다.


풍요롭고 즐겁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바람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넉넉하게 살면서 즐기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없을 것이다. 그 동안 우리의 부모님들, 그리고 우리들이 노력해 온 결실을 지금 맛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이러한 모습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걱정이 되는 것은, 지금의 젊은 세대 다음에 오는 세대가 지금의 풍요로움을 제대로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누리는 방법은 잘 아는 것 같은데, 이루는 방법과 지켜나가는 방법에 관해서는 그만큼 아는가 하는 점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의 즐거움은 자식들이 넉넉하고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인데, 이러한 즐거움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직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다고 보인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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