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균 월요 시론] 치과의사가 대통령이 되는 꿈

2011.05.23 00:00:00

월요 시론

정원균  <본지 집필위원>

 

치과의사가 대통령이 되는 꿈


몇 달 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토요일에 필자는 선배 치과의사로부터 얼굴 한 번 보자는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필자가 살고 있는 원주 지역에 큰 규모의 의료기기단지가 있는데, 선배 치과의사께서 이곳에서 회의가 있어 내려 오셨단다. 이 선배 치과의사는 워낙 바쁘셔서 좀처럼 뵙기 어려웠던 터라, 나는 그리운 마음에 한걸음으로 달려 약속 장소인 회의장 건물에 도착했다. 그런데 회의가 끝나길 기다리며 밖을 서성이던 나는 느닷없이 관계자의 팔에 끌려 뭔지도 모르는 그 회의에 불쑥 참석하게 됐다. 회의 중간에 멋쩍게 자리를 한 필자를 선배 치과의사께서 자상하게 소개해 주셨다. 잠시 후, 당황스러운 마음을 추스르니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면면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지역의 국회의원이 네 명, 강원도와 원주시의 고위행정책임자들, 지방의회의 의장과 의원이 여러 명, 의료기기단지의 업체대표, 그리고 그 수십 명의 중심에서 선배 치과의사께서 회의를 주재하고 계셨다.


이 날 회의는 의료기기산업과 관련해 업체가 토로하는 법령 및 제도적 수준의 민원을 청취하고, 산업기반의 구축 등과 같은 정부 차원의 정책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필자가 기억하는 이 날의 주요 현안은 제2영동고속도로의 조기 착공과 수도권 전철의 연장 문제, 의료기기와 관련한 연구개발 및 교육기관의 이전에 관한 내용, 원주첨단의료기기 멀티콤플렉스센터 건립에 필요한 중앙정부 지원금의 집행 문제 등이 있었다.


필자는 지방의 한 대학에서 조그마한 신설 학과를 맡아 낑낑대고 있는 백면서생의 치과의사이다. 그런 나로서는 국가의 동력산업이나 막대한 사회기반시설 등을 운운하는 정치적인 거대 담론을 그저 호기심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필자의 가슴을 벅차게 하는 것은 선배 치과의사의 가늠할 수 없는 인물의 크기와 탁월한 식견이었다. 복잡하게 얽힌 사안의 핵심을 명쾌하게 지적하고, 지역과 집단 사이의 갈등을 조정해 새로운 희망을 일깨우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가는 이 선배 치과의사의 모습은 마치 하늘 높이 치솟은 거목을 올려 보는 듯한 경외감이었다. 그 선배 치과의사는 김영환 국회의원이다.


이 분은 과거 김대중 정권에서 과학기술부장관을 지내셨고, 현재는 민주당의 3선 국회의원으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위원장이다. 자기비하인 지 모르겠으나, 구강보건전문가라는 치과의사가 국가경제의 명운을 좌우하는 지식경제위원회의 수장이라니….


학창시절, 치과대학에서는 당시의 김영환 학생을 말썽만 일으키는 천덕꾸러기로 여겼단다. 치과의사를  하기 싫으면 일치감치 딴 길 찾으라고 말이다. 그런데 도무지 치과의사가 될 성 싶지 않았던 이 학생은 치계를 뛰어넘어 이제 국가 지도자의 대열에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정치인이라면 그의 대망은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되어 우리사회를 바르게 경영하는 것일 텐데, 김영환 의원은 그런 꿈을 꾸고 계실까? 사상의학을 제창한 조선조의 한의학자인 이제마 선생은 “소의(小醫)는 병을 고치고, 중의(中醫)는 사람을 고치고, 대의(大醫)는 세상을 고친다”고 하였다. 내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다. 김영환 의원이 세상을 고치는 큰 치과의사가 되시길….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관련기사 PDF보기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