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진 월요 시론] 마음을 지킨다는 것

2011.06.27 00:00:00

월요시론
오성진 <본지 집필위원>

 

마음을 지킨다는 것

  

생각을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 일 수도 있고, 고통스러운 일 일 수도 있다. 희망에 차서 미래를 꿈꾸는 생각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지만, 헤어나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신의 축복가운데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비록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할 지라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고통까지 감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하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항상 지낼 수 있을까?


사람들은 미래의 계획을 세울 때, 직접적인 경험이든 간접적인 경험이든, 경험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운다. 경험이 부족할 수록 귀에 솔깃한 이야기에 따라서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요새는 인스턴트의 시대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굳이 누구로부터 말을 듣지 않더라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인스턴트의 시대이다. 바쁘기 때문에 하나 하나 차분히 따지면서 음미해 볼 겨를이 없다.


얼마 전 일본의 손님과 만나면서 참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50이 넘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분인데, 지금은 치과계의 중견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분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 “오선생님, 바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시겠어요?" 하고 물었다. 가벼운 이야기를 하지 않는 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글쎄요…"


“일본어로 바쁘다는 말이 ‘이소가시이(忙しい)이죠? 마음 심 변에 없다는 망자가 붙어 있잖아요? 마음이 무너졌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 새겨 둘 말이었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바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점점 일거리가 늘어나는데 주어진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으니, 새로운 짐이 지워질 때마다, “바쁜데…" 가 반사적으로 나온다. 그런데 그런 말이 나오는 자신의 마음 속을 잘 들여다 보면, 깊은 생각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을 지킨다는 것.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킨다는 것이야 말로 여유롭게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보니, 그 동안 이런 저런 일로 앞이 막힌 것 같았던 것의 실마리가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올해 들어와서 우리 치과계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들의 안쪽을 살펴 보면, 치과라는 공통분모 위에서의 분쟁인 것 같다. 그 동안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올해에는 우려할만한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겉 모습으로만 보면 흑백이 보이는 것도 같지만, 내용을 보면 그리 간단하지 만도 않다. 소비자가 어떤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승패를 좌우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에도 바쁜데 남의 입장을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을 지키지 않으면 바쁘기만 할 뿐 자신이 원했던 길에서 멀리 멀리 벗어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흑백을 가리려는 마음보다는, 치과라는 공통분모를 생각하면서, 신이 우리에게 준 축복의 선물을 잘 활용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보이리라고 생각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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