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택 월요 시론] 순수성과 대중성의 딜레마

2011.07.04 00:00:00

월요시론
허택 <본지 집필위원>


순수성과 대중성의 딜레마

  

일전에 ‘문학 비단길’이란 동인모임에서 신경숙 소설가의 ‘엄마를 부탁해’에 대해 합평식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한국문단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세계로의 진출에 큰 족적을 남긴 ‘엄마를 부탁해’에 반가움과 대단한 찬사를 보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 번역문화원에 참여하고 있는 모 소설가가 미국식 대중성에 맞춰 번역해야하기 때문에 힘들었고, 이로 인해 작품의 순수성이 많이 희석돼서 매우 안타까웠다고 애석한 마음을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한국문학의 성공적 세계진출에 박수를 보냈고, 신경숙 소설가가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문단을 위해 활동한 점, 존경스럽게 여겼다. 그렇지만 작품의 순수성을 아끼는 입장에서는 왜 미국식 대중성에 맞춰 번역했어야했냐 이다.


순수성과 대중성. 두 양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두 양상은 인간사회와 생활에 반드시 존재하고 있고, 존재해야 한다. 필연적인 요소로 우리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항상 순수성을 기반으로 대중적인 사회생활이 이뤄지는 것이 통례적인 인간사회 현상인 것이다. 두 양상의 경계는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매우 애매모호하다. 그러함으로 어느 시대든지 어느 분야에서나 두 양상은 대립의 각을 세워왔다. 역사적 고찰로 볼 때 두 양상은 논쟁의 대상으로 갈등의 핵이 돼왔다. 세계사에 중세의 종교전쟁이나 20세기 이데올로기 전쟁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가치판단도 두 양상에 의해 사회적 시금석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즉 순수성은 매우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집단적 이기심을 유발할 수 있다. 비견한 예로 순수학문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궁핍하다든지, 어느 집단이 순수하기 때문에 핍박받는다든지, 혹은 대중성에 영합했기에 경제적 부를 누린다든지, 포플리즘을 의식한 정당정책을 세운다든지.


우리는 이런 사례나 주장들을 많이 보거나 듣고 있는 것이다. 순수성과 대중성은 어느 분야에서나 집단적 이기심의 대변자로 회자되기도 하고 어느 시대든 그 시대의 사회현상을 대변하기도 한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현상들인 것이다. 즉 인문학의 부재라든지, 철학적 사고가 결핍된 사회라든지, 금권만능 사회라든지, 기초의학의 회피라든지 등.


순수성과 대중성이 필연적인 관계기 때문에 서로 조화롭게 융화되면서 사회적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인 것이다. 순수성이 반드시 사회의 기반이 돼야하고, 그 위에 대중적인 사회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두 양상의 딜레마가 나타나게 된다. 우리 사회도 두 양상의 심각한 갈등이 만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짧은 기간에 경제적 급성장을 이룬 우리나라 경우에 두 양상의 대립각은 매우 첨예하다. 대중적 금권물질문화가 전 분야에 넓게 만연돼 있고, 역사적 기반을 이루는 사회적 순수성이 상실돼가는 중이다. 상실돼가는 순수성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회복시켜서 대중성과 조화롭게 융합시키느냐가 우리 사회의 미래적 관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에 두 양상의 조화를 위해 과감하게 매진할 노력이 필요하다.


2011년 6월 17일 모 중앙신문 1면에 게재된 사건과 기사를 보면서 필자는 현대의 순수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나름대로 해석해봤다. ‘과학자의 열정, 북극바다를 녹이다’ 러시아 여성과학자 나탈리아 아브셰옌코가 흰돌고래와 더욱 친밀한 교감을 나누기 위해 알몸으로 북극바다에 뛰어들었다. 신문 1면에 게재한 사진은 순수성과 대중성, 두 양상에 대한 조화의 극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두 양상의 대립은 발전보다는 갈등과 퇴보만 사회에 남겨둘 것이다. 두 양상의 조화로운 융화가 국가와 역사의 미래를 결정짓는 관건이 되지 않을까?


우리 치과계 현재의 문제점도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순수성과 사회적 지위로서의 대중성의 조화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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