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섭 월요 시론] 나는 치과의사다

2011.08.01 00:00:00

월요 시론

박상섭 <본지 집필위원>


나는 치과의사다

  

한동안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라는 가수 경연 프로그램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적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수 임재범은 홀연히 나타나 단 세 곡의 노래를 부르고 프로그램을 떠났지만 “역시 전실이다”라는 찬사와 함께 임재범 신드롬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한편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대중의 끊임없는 관심과 흐응을 이끌어냈고 그런 소통 속에서 그는 또  하나의 전설이 되고 기적을 만들었다.


‘나가수’와 임재범을 보면서 필자는 몇 가지 배우고 소망하는 것이 있다.  첫째,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대중은 진정성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화려하고 선정적인 무대와 외모가 가요 시장을 지배한지 오래 되었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었지만, 역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된 마음이다. 자신의 길을 고집스럽게 묵묵하게 가면서 시대의 조류에 영합하거나 순간의 이익을 좇지 않았던 그의 삶에 사람들은 감동하고 마침내 끝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자신의 진심과 열정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고 경험했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가는 사람은 얄팍하고 천박한 마케팅이 난무하는 지금 이 시대에 오히려 더 빛나는 보석과 같은 사람들이다.  


둘째, 대중과 소통하고 변화하는 것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대중은 때로 변덕스럽고 예측불가능하다. 최선을 다한 내 마음과는 전혀 다르게 시장이 움직일 때가 많다. 하지만 가수는 그 노래를 들어주는 대중이 있어서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또 환자가 있고서 치과의사는 존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나가수에서 탈락한 가수들의 공통점은 과거의 스타일에서 변화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데 있다. 과거의 성공이 안주하게 만들고 그럴 때 우리는 서서히 퇴보하기 시작한다. 전설이었던 임재범이 신드롬이 된 것도 변화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셋째, 우리는 가수가 노래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공정한 룰을 원한다. 시청자들은 특정 가수에 유리한 룰이 적용된 것 같다며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어떤 기득권도 허용되지 않고 오직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라고 생각하는 의로운 민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경쟁을 통해 순위를 매기고 그것을 공개하면서 꼴지는 탈락시키는 가혹한 프로그램이면서도 탈락한 가수가 결과에 깨끗히 승복하고 남은 가수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떠날 수 있는 것은 룰이 모두에게 공정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치과의사다. 치과의사였고 쭉 치과의사로 살 것이다. 필자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좋은 치료를 고집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것이 치과의사의 도리라고 선배의사들로부터배워왔다. 하지만 현재 치과의료계에서 우리가 모두 공정한 룰을 적용받고 있는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의료법조차 무시하는 천박한 상술이 난무하고 일부의 의사들은 마케팅이라는 명목 하에 그것을 조장하고 확대 재생산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진정성은 고리타분한 과거의 유물처럼 경시되고 있는 듯하다.


긍지와 자부심과 양심을 가지고 일하면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 사람들은 직업에 자부심을 느낀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공평하게 룰이 적용될 때 사람들은 결과에 깨끗히 승복한다. 꼴찌를 한 사람이 일등한 사람에게 축하의 박수를 기꺼히 보내줄 수 있는 것이다. 노래 실력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하는 것처럼, 좋은 치료를 열심히 하면 치과의사로 성공할 수 있고 “나는 치과의사다”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미래를 후배들에게도 물려주고 싶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관련기사 PDF보기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