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월요 시론] 예술인이자 과학자인 치과의사 (3)

2011.09.05 00:00:00

월요 시론

정재영 <본지 집필위원>

 

예술인이자 과학자인 치과의사 (3)


언어를 이용한 시나 소설, 몸을 가지고 표현하는 무용, 소리를 사용하는 음악 등을 총칭하는 예술이라는 이름은 근대에 와서야 가지게 되었다. 그 기원은 제의(祭儀,ritual)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인류사 학자들의 연구결과다. 제의란 인간과 신과의 연결을 하는 의식으로, 종교와 정치가 하나였던 고대 사회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던 자들은 제사장(祭司長)들이었다. 즉 사제들이 예술가들의 시조인 것이다. 그래서 성격상 예술인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 종교인과 같은 마음의 자세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학문을 정의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예술(art)을 과학(science)이라는 단어보다 앞에 세웠다면 무엇보다도 예술정신을 더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물론 둘 다 모두 중요한 테제(these)이지만 우선되어야 할 부분이 예술정신이라는 것을 함축하고 있음이다. 정의한 대로 예술(art)을 강조한다면 치과의사들은 당연히 그런 긍지와 존엄성(dignity)과 함께 따르는 사명과 책임도 가져야 할 것이다.


금년에 치과의사협회 85년을 정리한 협회사가 발간되었다. 여러 훌륭하신 분들이 쌓은 역사였다. 그러나 어느 한 구석에서도 치부(致富)에만 성공한 분들의 기록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 말은 치과의사가 돈을 번다는 것은 역사적인 안목에서 볼 때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강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이 치과의사의 존재의미인가를 책갈피 속에 숨어서 말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서울시청 부근에 있는 소위 스카이 라운지라는 장소에서 장사를 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묻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돈은 정신없이 쏟아지는 데 이 일을 곧 접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 연유는 간단했다. 아들 학교 통신문에 부모 직업을 구체적으로 적으라는 난이 있는데, 자기 업종을 떳떳이 밝히지 못해서 영업장소가 있는 ○○빌딩의 이름을 빌어 ○○상사 대표이사라 거짓으로 적어 보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에게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는 그 업종을 그만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비록 직업에 귀천은 없다 해도 최소한 사회의 반응은 각각 다르다.


치과의사들은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가, 존경을 받는 전문인인가, 아니면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는 직업인인가. 물론 둘 다 필요하다. 그러나 우선은 전자가 아닐까.


만일 지탄을 받는 행위를 하면서 재물을 얻는데 성공했기로서니 과연 그 모습을 주위 사람들이나 가족들이 존경하고 따르고 싶을까. 물론 무한정인 희생을 강조하는 종교인의 수준까지 되자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지탄의 대상이어서야 되겠는가 하는 말이다.


직업에 따르는 본래 정의(definition)를 행동으로 추구하는 치과의사의 정신이 지금처럼 요구되는 시대도 드물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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