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 월요 시론] 내 환자는 재수 좋은 사람입니다

2012.06.04 00:00:00

월요 시론
강병철<본지 집필위원>


내 환자는 재수 좋은 사람입니다


앓던 이 빠진 것 같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자성어 약발통치(若拔痛齒) 또는 여발통치(如拔痛齒)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은 아주 괴로운 일에서 벗어나 이제는 시원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으니 옛 사람들이 얼마나 이가 아파서 괴로움을 겪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사자성어처럼 인간의 대표적 고통인 치통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우리 치과의사는 정말로 보람된 일을 하는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많은 치과의사들이 때때로 처지가 어려운 사람에게 치료비를 깎아주거나 무료로 해준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료보험 규정 때문에 방사선 촬영 중 일부, 재료 중 일부, 시술 중 일부는 보험 청구를 못하고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치과의사가 보람된 일을 하고 있으니 항상 많은 부분을 헌신하고 공짜로 치료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퇴비를 충분히 주어 땅이 기름져서 작물이 튼튼하게 자라 병충해에 강하게 키운 좋은 농작물을 유기농 농산물로 판매하면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준 농산물보다 조금 비싸게 받는 것도 국민건강에 이바지 하는 좋은 일이다.


또한 농약을 써서 재배하되 농약의 사용법에 따라서 필요한 농약의 적정량을 지키고, 꼭 필요한 시기에만 사용하면 수확할 때에는 농약이 다 분해되었거나 잔류농약이 규정이하가 되는데 이처럼 규정을 잘 지켜서 사용하면 농약을 사용하는 농작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우리 사회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좋은 일이다.


튼튼하고 쓰기 편하게 만들면서 환경호르몬도 나오지 않는 페인트를 써서 건강에 해를 주지 않는 가구를 만들어 적정가격에 판매하는 일도 소비자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어떤 방법으로 설명해야 하는지, 어떤 예를 들어 설명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생각해 내며 수업을 하는 선생님도 국가와 사회에 큰일을 하는 것이다.


다양한 봉사 활동도 이 사회에 이바지 하는 것이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경쟁력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고, 직원들이 근면 성실로 생산성을 높이어 회사가 지속되면 모든 구성원들이 직업을 잃지 않고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으니, 경영주는 돈도 많이 벌면서 이 사회에 봉사하는 회사를 만든 것이다. 나라를 위해하는 적으로부터 조국을 지키는, 사회 안녕질서를 유지하는 군인, 경찰들이 자신의 책무를 다하여 자신의 이웃, 친지 나아가 우리 국민을 마음 편하게 살게 하는 것도 크나큰 봉사이다.


치과치료를 싸게 하거나 공짜로 치료 해주면 환자들에게 아주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싸게, 공짜로 해주는 치료가 있지만, 전체 치과 진료비 중에서 보험급여에 해당하는 진료비가 일반 치과의원의 평균치에 비하여 훨씬 낮다고 하면 뭔가 이상한 일이고, 값싼 재료를 쓰거나, 기준에 미달하는 재료를 사용하여 무료로 또는 싸게 시술하며 사회에 공헌한다고 하면 이는 국민에게 해악을 끼치며 전체 치과의사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게 하는 일이지 사회 공헌은 아니다.


반대로 인간성이 훌륭하고 지식과 치료 기술이 뛰어난 치과의사들이 모여들고, 그 곳에서 진료한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자신의 친구나 친인척에게 그 치과 그룹에서 하는 치과의원에 가서 치료받기를 진심으로 권할 수 있다면 그 치과는 이 사회에 공헌하는 치과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정직하고 법규를 잘 지키는 사람이 어떤 불법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발견하고 시민정신을 발휘하여 증거를 수집하여 고발하였다. 고발당한 사람이 고발한 사람을 계속 따라 다니며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마침내 길거리에 침 뱉는 장면,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는 장면을 포착하고 촬영하여 고발하여 벌금 물게 하였다. 어떤 일에는 차마 글로는 쓰지 못할 많은 진실이 있다.


치과대학에서 60점 이하는 과목 낙제(과락)이고, 전체 과목 점수의 평균이 70점 이하이면 낙제(평락)를 시킨다. 69점은 낙제이고 70점은 낙제가 아니다. 낙제 당한 학생이 70점 받은 학생도 100점이 아니고 부족한 30점에 해당하는 부족함을 고발하며 벌을 주라고 한다면… 그래서 벌을 받게 되었다면… 70점 이하면 낙제이고 좋은 치과의사가 안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환자들은 70점 이하 성적을 받던 치과의사를 골라서, 찾아가서 치료 받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100점짜리는 없거나 찾기 힘들지만, 그래도 좀 더  공부 잘한 치과의사, 조금 더 양심적인 치과의사에게 치료 받기를 원할 것이다. 좋은 치과 나쁜 치과로 나눌 수는 없지만, 여러 면에서 더 좋은 치과는 존재하고 더 나쁜 치과도 존재할 수 있다. 현실은 환자들이 더 나은 치과를 찾기 어렵고, 광고에 의해 더 나은 치과가 아닌 더 나쁠 수 있는 치과를 찾을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때로 길을 가며, 산을 오르며, 누군가와 함께 또는 홀로 비를 맞으며, 차가운 밤기운을 맞으며,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며 잠시나마 현재 이 자리에 있는 나는 누구인지, 나는 인생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앞으로 어떤 여정을 통해 인생을 마감할 것인지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시간의 시작은 어디 부터이고 나의 시작은 시간의 어느 순간부터이고, 언제까지 지속되다 영원한 시간의 어느 지점에서 멈출 것인지? 초등학교부터 치과대학의 학창시절에 내게 지식과 인생의 조언을 주신 은사님들, 많은 친구들과 즐거웠던 시간들, 끊임없던 대화, 보고 겪은 일 들,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 이웃 어른들, 동네 친구들의 성원과 가르침으로 이루어진, 많은 치의학의 선구자들의 결과를 배우고 익혀 치과의사가 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고 언제나 부족함을 느낀다.


현실에 나타나는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처럼 권선징악으로 끝나지는 않는 것을 보고 살아간다. 그래도 우리 치과의사들이 치과대학 학생시절에 또는 졸업하면서 훌륭한 치과의사가 되고자 했던 초심을 잃지 않는 양심을 간직하고 꾸준하게 지식과 치료법을 배워서 치료한다면 나에게 진단받고 치료 받고 계속 관리 받을 오늘 내 환자는 정말로 재수가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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