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섭 월요 시론] 언론 유감

2012.06.25 00:00:00

월요 시론
박상섭 <본지 집필위원>


언론 유감


잊고 지낼만하면 다시 어김없이 언론에 보도되는 치과관련 뉴스로 인해 치과계는 당혹스러움과 짜증, 안타까움 그리고 때로는 분노로 들끓곤 한다. 지난 한달 여간 유디치과 관련 뉴스로 우리는 또 한바탕 홍역을 치른 셈이다.


지난달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유디치과그룹에 대한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원을 대한치과의사협회에 부과했다. 공정위의 결정이 옳은지 그른지의 여부는 이후 진행될 행정소송에서 가려질 문제이겠지만, 해당 사안을 보도하는 언론의 모습이 과연 바람직한 언론인의 자세인지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공정위의 결정이 보도된 당일 저녁 공중파방송과 이후 일간지 신문들은 상당수가 ‘반값이 이겼다’는 류의 자극적인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우며 해당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런 보도를 접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시청자와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데에만 급급한 천박한 보도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반값이라는 문구에 혹하지 않을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유디치과그룹은 MBC PD수첩, SBS 8시뉴스, 동아일보 등 주요 언론사에서 그 불법성과 비윤리적인 진료행태에 대해 언론인들 스스로 그동안 충분히 알린 바 있기에 더 안타깝고 분노할 따름이다.


그러다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언론은 이제 무허가 불법미백제를 사용해 지명수배된 유디치과대표에 대한 경찰청의 발표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방송에서는 실체를 고발한다며 무허가 미백제를 썼을 때 생고기의 단백질이 녹고 탈색되는 충격적인 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소비자를 위한 저렴한 시술을 하는 곳이라며 손을 들어주고 공짜 홍보를 대대적으로 해주다가 이제는 이런 파렴치한 병원에 속으면 안된다고 한다. 반값에 혹할 수 있는 환경을 조장했던 바로 그 언론기관들이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과연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언론기관이 과연 이 땅에 있는지 탄식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언론기관이 광고유치, 시청률, 판매부수에만 연연하면서 공익성과 사명감의 순기능이 퇴색된 면이 없지 않다. 오로지 경제적인 이익에만 급급한 천박한 일부의 언론인들과 또 이를 오히려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사람들로 인해 이 나라의 저널리즘 시스템이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철학과 사명이 있는 언론기관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게 실체적 사실을 알려주고 독자와 시청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원한다. 사실을 사실대로 있는 그대로 보도해 주면 된다. 과장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대중의 시선을 끌기위해 내용과 동떨어진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는 것을 심히 우려한다. 담담하게 진실에 접근하면 되는 것이다. 환자가 치과의사에게 원하는 것이 현란하고 자극적인 홍보나 쇼맨십이 아니라 성실하고 꼼꼼하고 양심적인 치료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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