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임 월요 시론] 공정위는 공정했나?

2012.07.02 00:00:00

월요시론
박인임 <본지 집필위원>


공정위는 공정했나?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른 것을 의미한다. 공평은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고 올바름은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관적으로 공평하고 바른 것이 과연 객관적으로 공평하고 바른 것이 될 수 있는가가 주요한 과제가 된다. 이것을 제대로 이끌어 내는 민족이 바로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나라가 되는 것이다.


‘로마인이야기’를 쓴 시오노나나미는 유대인은 종교로서 다스리려 했지만 다른 종교의 사람을 다스릴 수 없었고, 그리스인은 철학으로서 나라를 다스리려 했지만, 모든 사람이 그 정도의 성찰과 역량을 가지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로마는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법을 만들어서 이 법으로 세계를 다스릴 수 있었다. 카이사르에 의해 통일된 달력과 화폐를 만들었고, 도로를 내어서 이탈리아 반도는 물론, 갈리아 지역까지 소통을 하게 한 것도 역할을 했다. 이와 더불어 로마의 친구이자 동맹이라고 하는 협약과 이를 신실하게 지키는 법의 정신, 그리고 법의 실천을 담보한 로마의 군사력이 보편적인 다스림을 가능하게 하였고, 다양한 부족과 민족들이 로마의 통치(팍스 로마나)에 동조하였던 것이다. 로마인이 세계제국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법을 통하여 다스림으로써 민족과 종교가 다르더라도 다스려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든 것이 아닐까?


공정의 객관화는 곧 법을 만들고 이 법을 집행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이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공정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치우치지 않아야 하고, 부분의 오류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한쪽의 주장만을 듣고, 부분적인 불공정만을 부각시킴으로써 불공정의 판정을 내리게 되면, 다른 쪽은 고통을 당하게 되고, 전체적인 맥락에서의 공정을 침해하게 된다. 한쪽의 주장은 시장의 논리를 주장하고 다른 쪽은 사회의 논리를 주장하게 될 경우 공정성의 판정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즉 시장의 논리로서는 타당하나 사회의 논리로서는 타당하지 않을 경우, 혹은 사회의 논리로서는 타당한데 시장의 논리에 반할 경우, 어느 쪽의 논리를 우선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국가의 논리를 강조하면, 관료제사회가 되어버리고 시장의 논리를 강조하면 금전만능의 사회가 되어 버린다. 사회의 논리 즉 자치의 논리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아테네가 무너진 것과 같이 나라와 공동체가 붕괴되게 된다.


또 분야에 따라서도 주된 논리가 다를 수 있다. 경영의 분야에서는 시장과 효율성의 논리가 우선될지 모르지만, 의료의 영역에서는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의 논리가 중요하다. 즉 사람의 생명이 존엄하기 때문에 돈의 논리가 함부로 침투되게 해서는 안된다. 돈의 논리가 횡행하게 되면,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사라지고, 성실, 인내, 근면, 정직 등 인간에게 중요한 가치가 상실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국가 기관이며 공공 조직이다. 공공 조직은 국가와 시장과 사회의 논리에서 균형된 관점을 가져야 한다. 돈의 논리에 치우쳐선 안되고, 경영과 경쟁의 논리에 포획돼서는 더더욱 안된다. 특히 의료에 있어서는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가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해야 됨을 생각해야 한다.


유디의 주장만을 듣고 대한치과의사협회에 5억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의 결정에 모든 치과의사들이 분노하며 허탈해한다. 국가의 공정기관이 결정을 내릴 때 의료에 대한 정의조차 알지 못하고, 의료인들에게는 의료법이 우선돼야 됨을 무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 지 참담하다.


치과의사들이 이런 불공정함에 대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1인 시위를 하며 돈의 논리로, 경쟁의 논리로 의료를 정의하려는 공정위의 잣대에 의료인들의 양심을 걸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니며 경쟁의 논리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과도하게 많은 생산을 해 놓고 싸게 싸게 팔아 넘겨야 하는, 그런 공장도 도매가의 물건이 아니다. 의료는 의료인들이 양심과 정성을 다해 각 환자에게 맞는 치료방법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 의술인 것이다. 의료인들은 전문의 영역 속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며 실력을 쌓아, 모든 국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의료인들이 양심을 팔지 않고 소신껏 치료의 질을 보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의료인들의 몫이기도 하지만, 국가기관도 함께 격려하며 도와주어야 한다.


돈과 시장과 경쟁의 논리에 의료를 판 공정위는 과연 공정했는지를 깊이 숙고하며, 의료에 대한 공정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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