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택 월요 시론] 자기 얘기의 중독성

2012.08.06 00:00:00

월요시론
허 택 <본지 집필위원>


자기 얘기의 중독성


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트위터가 단기간에 세계적인 유행으로 떠오르며 글로벌 대기업이 됐을까? 어떻게 페이스북이 생겨나게 됐을까? 답은 한 가지. ‘자기 얘기’를 열심히 하고 싶어서. 그리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일 것이다. 통계 수치를 봐도 그런 답을 얻을 수 있다. 눈 뜬 16시간 중 15시간을 스마트폰에 빠진 사람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 명에 육박함. 카카오톡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원시인 취급받는 현 시대. 그럼 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얘기에 몰두할까? 미국 하버드대 뇌과학 연구팀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다음과 같은 답으로 제시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할 때 우리 뇌는 음식이나 돈, 섹스로 인해 느껴지는 쾌감과 같은 자극을 느끼게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하버드대 뇌과학자 다이애너 타밀과 제이슨 미첼이 세계적 학술지인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뇌 스캔사진 등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결론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 뇌과학 연구팀은 수십 명의 실험군 뇌 자기공명영상(MRI) 스캔사진을 분석한 결과, 자기 얘기를 할 때 활성화하는 뇌의 영역은 중간 대뇌 변연계의 도파민 분비 부분이었다. 음식이나 돈, 섹스로 쾌감을 느낄 때 활성화하는 뇌의 영역과 일치한다. 즉 뇌세포뿐만 아니라 시냅스에서 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말을 멈출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수다의 근원적 원인이 생리학적 실험으로 밝혀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때로는 돈까지 포기한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미국 텍사스대에서 같은 주제로 연구하는 심리학자 제임스 페너베이커는 하버드대 연구팀의 결론에 동의했다.


“맞는 것 같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아니면 왜 카카오톡이나 트위터를 하겠는가?”


이런 인간 본능의 욕망을 보다 쉽게 해결하기 위해 I.T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했으며, SNS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의 출현은 크랙베리(Crackberry)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순식간에 유아부터 중년까지 폭 넓게 중독시켰다. 그렇게 시공을 초월한 정보접근이 가능한 하이퍼 커넥티드(Hyper-Connected. 과잉연결) 환경 때문에 모든 생각과 경험을 SNS를 통해 타인과 곧장 나눌 수 있게 됐다.


현 시대적 상황에서 자기 얘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SNS의 출현은 과연 인간 집단체를 어떻게 바꿔나갈까? 우선 수다가 기계화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수다가 음성적으로 변하고 있다. 인간 공동체에서 말로 하던 자신의 얘기를 단일체인 개인과 기계들의 결합체로 바뀌어간다. 말소리가 사라지면서 손가락과 기계 즉 스마트폰과의 수다로 전환됐다.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자기 얘기를 하게 된다. 멀리 있고 얼굴도 잘 모르는 디지털 대중과 맹목적인 친구가 돼서 자기만의 수다를 무분별하게 나누게 되는 것이다. 즉 도파민의 과잉분비로 무절제한 쾌감에 중독된다. 이런 현상은 담배나 알코올보다 더 강한 중독성을 가지게 된다.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존 레이티 부교수는 “휴대전화가 반짝이며 소리를 내면 사람들은 도파민 세례를 받는 것”이라는 말로 표현한 바 있다. 인간 본능의 욕망이 절제되지 못한 채, 디지털 시스템에 의해 무책임하게 방치되는 것이다.


디지털 도구에 의한 중독성은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독성을 유발시키고 있다. 즉 현재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되고 있다. SNS에 의한 제 2의 인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진짜 현실은 황폐해지고, 가상현실 속에서 과잉쾌감만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인간관계에 의한 수다가 사라지면서, 가족이나 친구가 함께 있어도 디지털 대중보다 거리감을 느끼며 ‘진정으로 같이 있다’는 인간관계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즉 현대인의 대인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는 대인관계 신경회로가 거의 활성화되지 않고 발달되지 않아서, 미래의 사회구조가 붕괴될 수 있는 위험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


요즘 사회 일부에서 자각적 혹은 자발적 운동으로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꺼라. e-mail과 문자메시지를 멈춰라. 트위터와 페이스북, 카카오톡을 관두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락하라. 건강을 돌보라. 밖으로 나가라. 보답하라. 함께 식사를 하라.”


인간 공동체에서 보다 더 서로에게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은 인간본능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디지털기기에 밀착하지 않는 진정한 인간성 회복이 필요하지 않을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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