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72번째) 캄보디아에 묻어두고 온 행복

2012.09.17 00:00:00

Relay Essay
제1772번째


캄보디아에 묻어두고 온 행복


 7월의 뜨거운 여름날, 27명의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더 뜨거운 캄보디아로 떠났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DeCA 동아리 학생들과 교정과 김태우 교수님, 치과의사 선배님, 위생사 선생님, 배우 임성언씨 등으로 구성된 이 거대한 집단에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학생으로 함께하게 되었다. 1주일간 캄보디아 현지인들에게 진료와 위생교육을 해 주고 온다는 직접 해보지 않고는 너무나 막연한 계획만을 바탕으로 함께 준비하고 출발하였다.


나야 뭐 한창 젊은 나이에 방학도 했겠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생각에 쉽게 결심하고 다녀올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 강의에 학회 준비에 환자 진료까지 빡빡한 일정 속에서 휴가까지 반납하고 함께 가시는 교수님, 개원 이래 한 번도 쉬어본 적 없는 강남 한복판의 병원을 1주일간 문 닫고 참석하신 마일스톤즈치과의 장원건 선배님, 사랑스런 둘째 아들을 얻게 된 지 한 달도 안 되었지만 사모님의 따뜻한 배려로 함께할 수 있게 된 서울인성치과의 박인성 선배님 등 각자가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상황 속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다녀오기로 결심하였다. 자신이 가진 시간과 돈이 자기 것이 아니라 생각해서 였을까. 가기 전엔 알 수 없는 어떤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였을까. 한국의 여름보다 날씨는 더 뜨겁고, 시설이랄 만한 것도 없을 만큼 열악한 그 곳으로 피곤한 생활을 하러 이해 할 수 없는 휴가를 떠났다.


그 곳에 도착하니 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났다. 치과의사로서 7년간 캄보디아 캄퐁하이 지역과 그 일대에서 봉사하고 계신 최정규, 김성녀 선교사님 가정이었다. 1주일이란 시간은 몸이 조금 지칠 수는 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생각으로 힘들지만 파이팅을 외치며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7년이라니… 7년정도 생활하면 적응이 되어 한결 편하지 않을까란 잠깐의 생각도 잘못된 생각이었다. 토종 캄보디아인과는 체질이 달라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려 젖지 않은 부분을 찾기 힘든 선교사님의 티셔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웃고 계신 얼굴을 보며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기쁨의 삶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았다.


진료할 곳에 도착하니 딱 두 가지가 있었다. 우리가 올 것을 알고 먼저 와서 진료를 기다리며 쳐다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망울, 그리고 햇빛과 비를 피해줄 그늘.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했다.


준비해간 진료 장비와 도구들을 다 옮기고 진료 준비를 마치면 벌써 옷이 흠뻑 젖었다. 환자를 한 명씩 진단하고 접이식 의자에 눕혀 발치 혹은 충치 치료를 해 주었다(물론 나는 2학년이라 아주 간단한 어시스트만 도왔다). 무척 덥기도 하고 술자와 어시스트 모두 불편한 자세에서 진료하여 힘들기도 하였다. 게다가 진료해 주어야 할 환자는 줄을 섰기에 빠르게 진료하고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환자들은 진료가 끝나도 빨리 돌아가고 싶은 눈치가 아니었다. 그들이 진짜 원한 것, 그들의 주소(C.C)는 이가 아픈게 아니었다. 이방인이지만 그들을 생각하고 온 우리들의 관심과 사랑을 더 받고 싶었던 것 같다. 평소에 쉽게 진료받을 수 없는 그들은 이가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더 아팠던 것 같다.


1주일간의 일정을 마칠 때쯤에 좀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기간이어서 그런 즉흥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는 부족했다. 하지만 그 곳에서의 삶을 더 알아가고 싶었다. 항상 기뻐하는 선교사님의 가정을 보며 나눔의 의미와 기쁨을 더 느끼고 싶었다. 먹을 게 부족하고 아픈 곳이 많아 진료를 받지 못해도 웃음을 잃지 않는 현지 캄보디아인들을 보며 행복과 만족의 삶이 어디에서 오는지 체험하고 싶었다. 내가 치과의사가 되어서도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했다. 언뜻 보면 불편해 보이는 행복한 그 삶을 선택할 용기는 그 삶이 어떤 삶인지 알아야 생기는 것 같다. 짧은 시간, 작지만 소중한 경험을 마음에 품고 돌아왔다.


박강석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2학년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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