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월요 시론] 예술가이자 과학자인 치과의사(9)-세미나 등록금·연수회비는 타당한가

2012.10.08 00:00:00

월요시론
정재영 <본지 집필위원>


예술가이자 과학자인 치과의사(9)
-세미나 등록금·연수회비는 타당한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도 의식주가 해결된 후에야 가능하다고 했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종교인도 의식주에 매달리면 정작 구도의 길이나 중생을 제도하는 일에 진력할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요즘처럼 불경기와 과잉경쟁의 치과의사인들 별수 있을까마는 동료들 사이에 전투적으로 경영의 문제에 너무 치중하는 데서 직업적 가치의 혼란이 오지 않는가 생각한다. 진료비를 저렴하게 받고 어려운 환자의 도움을 주는 것을 누가 탓하랴. 그러나 목적이 변질돼 자기의 유익을 위한 가격파괴는 결국 동료라는 공동체의 파괴를 가지고 온다. 그것은 모두가 자멸하게 되는 악화가 된다는 사실에서 분명히 지탄 받을 일이다.


또한 반대로 등록비라는 고가의 비용이 동료 사이에 과연 타당한 윤리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고 싶다. 어느 학회는 학술대회 참가비라는 이름의 등록비를 통해 기금을 만들어 십수억원을 확보했다 한다. 그러나 그 업적도 실은 회원들의 희생이라고 볼 수 있다. 치과 운영도 힘든 시기에 하물며 학문의 잔치까지 회의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회원들에게 짐을 지게 하는 고가 비용은 아무리 이해해 보려 해도 많은 경우 거부하고 싶은 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제품을 만드는 회사까지 덩달아 판촉과 같은 행사를 연수회라는 이름으로 터무니없는 비용을 받는 일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더욱이 치과의사 중 개원을 준비하는 경우, 매우 부담을 호소하는 후배들이 많다. 경제논리에 의해서 수익자 부담은 마땅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인의 질적 수준을 위해 서로 돕고 이끌어주는 선배의 도움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필자가 개원을 막 시작했을 때 attachment가 유행할 때였다. 서울 중구의 고 변OO 선생님은 그 분야에 대가였다. 배움을 청하면 얼마나 친절하고 자상하셨던지. 교육비는 고사하고 당시 귀한 음료인 커피까지 마음을 다해 대접을 해주셨다. 한심할 정도로 어린 후배인데도 말이다. 그 모습을 평생 닮아 보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직장에 방문하는 모든 거래처 직원들에게도 비슷하게나마 노력해 보고 있다. 임플란트의 선배들이 그랬다. 마치 자기 비용으로 선교하는 자비량 선교사나 종교인과 같았다. 학교나 개원가나 모두가 스승이요, 선배였다. 그때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치과의사가 치과의사들을 소비자로 해 생업을 삼는다는 말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하던 시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처럼 극심한 불경기와 함께, 과잉경쟁이 생긴 어려운 현실에서, 수십에서 수백만원의 비용은 진료비의 상승으로 연결돼 치과계에 더욱 어려운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지나 않나 하는 염려가 된다. 더군다나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까지 치과의사를 치부의 대상으로 삼는 분위기는 수정해야 할 문화다.


물론 모두를 싸잡아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배려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을 따름이다. 많은 경우 회원, 전공의, 학생 등을 구분하듯, 배움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격려와 지원의 의미로 최대한의 배려를 통해 조금이라도 동료의식을 이어져 나가도록 서로 고민해 봤으면 한다.


 치과의사는 세계보건기구 정의처럼 예술가의 특징인 인간 사랑의 따뜻한 정신과 과학자의 사명인 진리를 추구하는 지성적 모습의 확실한 이미지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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