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택 월요 시론] 한국과학의 위기

2012.10.15 00:00:00

월요시론
허 택 <본지 집필위원>


한국과학의 위기


며칠 전 모 중앙지에서 ‘이·공계 기피 15년, 재앙이 시작됐다’라는 기사를 읽었다. 또한 모 산업단체의 TV광고에서 예능 아이돌이 되는 것만이 젊음의 바람이며 전부가 아니고 과학인재를 반드시 육성해야 하며, 미래 산업을 위해 과학교육을 장려해야 한다는 영상을 봤다. 필자는 섬뜩함을 느꼈다. 왜 이런 경고성 광고나 기사가 나올까? ‘재앙’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면서. 우리나라 산업구조 전반에 문제점이 노출되기 시작했으며, 미래 예측에서 절박한 위기감을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이·공계 산업 핵심기술 인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공계 핵심기술 인력 부족이 발생하니, 세계 선진 각국에서 특허전쟁이 한창인데 우리는 기술혁신을 할 수 없게 돼서 미래산업의 핵심 기술력이 급속하게 저하되고 있는 중이다. 이는 한국경제에 위기감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런 이·공계 기피현상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사회현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경제적 체감도가 급격히 떨어진 이·공계를 기피하게 된 것이다.


최근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에서 실시한 조사 통계자료를 보면 이·공계 기피현상의 원인을 알 수 있다. 국내 과학자 70%가 한국을 뜨고 싶어 했고, 재외 과학자 60%가 ‘귀국하고 싶어도 열악한 연구 환경과 보수 때문에 귀국을 보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주 못하고 있다’거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70%에 육박했다. 여기에 OECD국가와 한국의 과학기술을 비교한 통계자료를 보면 응답한 과학인의 55%가 뒤쳐졌다고 했으며, 35%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앞선다고 응답한 과학인은 불과 10%도 채 되지 않았다.


과학인들의 조사 결과, 과학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공계 차별’이다. 즉 낮은 보수와 열악한 연구풍토 및 환경을 세부적인 원인으로 결론내릴 수 있다. 이런 이·공계의 재앙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도 지난해부터 과학벨트 조성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기초과학 연구원을 출범시켰다. ‘브레인 리턴(Brain Return) 500’ 프로젝트를 추진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핵심 과학 인력을 국내에 유입하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고무적인 정책임에 틀림없다.


재미 저명 과학자 3명은 “기초과학이 부실하면 국가성장에 한계가 생긴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들은 우리나라 산업풍토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응용과학에만 투자가 집중되고, 장기간 연구를 요하는 기초과학 분야에는 투자와 육성을 기피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필자도 1980년대 초, 3년 간 모교 기초 치의학부에서 조교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 때부터 이미 치과, 의과대 기초학부 기피현상이 있었다. 현재 기초과학의 기피현상과 같은 원인이었다. 현재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초과학부의 기피는 똑같은 맥락에서 치의학계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임상치과의사로서 몇 십 년간 진료하다보니 기초의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필자는 국가산업 및 사회의 근간은 기초과학과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근간이 튼튼해야만 사회전반이 안정되고, 정치 및 경제도 동반 향상될 것이다. 또한 산업전반의 다양성과 특수성이 가지 뻗듯 발전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초적이고 단기적인 성장효과만을 추구하지 않는 사회풍토가 조성돼야할 것이다. 저명한 모 과학자의 말대로 성과를 기다려주는 문화가 사회전반에 자리 잡아야 하며, 기초과학 연구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 기초과학 기반이 탄탄하지 않으면 응용과학의 발전도 제한되는 사회적 악순환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또한 국가의 정책결정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기초과학분야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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