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 월요시론] 기대여명 단상

2013.05.06 00:00:00

월요시론

 

기대여명 단상


구 영
서울치대 치주과 교수

  

필자가 몇 해 전, 우리나라 노인들의 치주건강과 삶의 질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서울시내 노인복지시설 여러 곳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노인회관 등으로 대표되는 이런 시설에는 간단한 취사시설과 운동기구, 심지어 노래방 기기까지 완비되어, 연세드신 분들이 담소도 나누고 여흥도 즐기면서 소일하기에 좋아 보였다. 앞으로도 특정할 수 없는 많은 세월들을 함께 보내야 하기에 엄연한 규율과 질서가 있었으며, 대부분의 시설에서 연령대별로 비슷한 일상의 역할 분담을 하고 있었다.


60대 분들은 마당 청소 및 장보기, 70대 분들은 식사 준비 및 방 청소를 하고 계셨다. 어르신 대접을 받으면서 치매 예방을 위한 고스톱 화투놀이를 할 정도는 적어도 80대 중반의  연령은 되어야 가능했고, 90대 이상의 어르신들은 노인회관의 육칠십대 ‘젊은이’들의 무례를 탓하시거나, 이런 저런 일로 ‘젊은이’들 사이에 생기는 분쟁 해결사 노릇을 하고 계셨다. 연구자료를 구하기 위해 방문한 자리였지만, 선진국들이 직면한 초고령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100세 건강장수’를 말하는 것은 진작에 지난 이야기다. 평균수명 변화에 가장 민감한 비즈니스는 단연코 생명보험업계로, 잘못된 예측자료에 기반한 보험상품을 출시하게 되면 회사 경영에 치명타가 되기 때문에 초미의 관심사를 두고 있다. 이미 작년에 우리나라 보험회사들은 일제히 110세 보장성 보험을 출시하기 시작했고, 전체 보험가입자 열 명 당 한 명은 110세 보장상품을 택했다고 한다. 인간수명 110세의 시대는 우리 곁에 이미 그렇게 와 있다.  


평균수명은 어떤 연령의 사람이 평균해서 몇 년 살 수 있는가 하는 기댓값으로, 그 해 출생한 0세의 평균적 기대여명(life expectancy)으로 정의된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1년 우리나라 남성의 기대여명은 77.6세, 여성은 84.5세로 남녀를 합한 평균은 81.2세였다. 즉 재작년에 태어난 아이는 평균 81세를 살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지난 40년간 이 기대여명이 2년에 한 살씩 꾸준히 늘어왔으며, 단 한 번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천동지할 일이 일어나지 않고서야 20년 후에는 90세 전후가 될 것이 충분히 예상되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40년 후인 2050년에는 가볍게 100세에 도달하게 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치주과에서는 진료의 특성상 노년층 환자를 많이 대한다. 오랜기간 구강건강관리를 잘 해 오시는 환자분들에게, ‘어르신 치아는 100세, 아니 110세까지도 쓰실 수 있겠다’고 하면, 손사래를 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시다. 치아가 평균수명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란 쉽지 않지만, 튼튼한 치아로 잘게 씹어 위장으로 보내면, 전신에 필요한 영양소를 넉넉히 공급하게 되고, 설혹 외부의 위해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한들 충분히 이겨낼 힘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이것은 자연스럽게 건강장수로 이어질 것임은 분명하다.


금년에는 노인틀니의 보험적용이 확대되고, 내년부터는 연차적으로 치과 임플란트 보험을 어르신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급속한 고령화현상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치과치료의 보장성 확대는 자연스럽게 치과내원 노인환자 수의 가파른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치과의사와 스탭들은 노화과정에 따르는 신체 및 정신적 특성의 이해, 전신질환과 치과질환과의 관련성에 대한 지식, 그리고 응급상황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특히, 90세 이상의 초고령 노인환자를 위해서는 한층 더 세심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머지않아 노인회관에는 100세 정도는 되어야 화투놀이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상상을 해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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