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룡 월요시론] 희소성의 가치

2013.05.13 00:00:00

월요시론


이 승 룡
뿌리샘치과의원 원장


희소성의 가치


‘다다익선’이라는 한자가 있습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더 좋다 라는 표현인데  저는 원래 이 사자성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많고 넘쳐나면 귀한 줄 모르고 오히려 부족하거나 모자람이 소중함을 더 느끼게 하므로, 논어의 선진편에 나오는 과유불급(지나침은 모자람에 미치지 못한다.)이라는 사자성어가 의미하는 중용의 뜻을 더 깊이 새겨 항상 마음의 평정을 찾습니다. 지금 현재 우리는 너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고 희소성에 가치를 찾을 겨를이 없이 살고 있습니다.


박정희시대 이전까지의 전국의 치과대학은 5개였습니다. 그때는 치과의사가 귀한 존재로 요즘말로 개원하면 무조건 대박을 터뜨리는 시대이고 공직에 있는 것보다 금전적인 수입여건은 훨씬 좋았습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무려 5개 치과대학이 같은 해와 이듬해에 동시다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때에 입학해서 졸업한 치과의사 인력이 80년대 중후반을 시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현재 전국의 치과대학에서 한해에 배출되는 치의는 매년 800~900명씩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우후죽순이라는 표현을 해도 무방하리만큼 배출된 치의들은 이제 도로 사거리 주변, 빌딩내 2~3군데는 보통이고 있을만한 자리는 치과의원이 모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IMF를 경험한 부모가 자식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차원에서 전문직인 치의를 권유해 청운의 꿈을 안고 어렵게 들어간 치과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에 발을  내딛고 보니, 청년실업이라는 현재의 화두 앞에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개원할 자리는 없고 임상경험도 많지 않은 신출내기 치의는 걱정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페이자리가 많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급여도 신통치가 않아서 진퇴양난입니다. 얼마 전 후배 한명과 대화중 페이닥터로 근무하는 병원에서 한 달 급여를 못 받고 그만둔 동료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자기도 걱정돼 다른 곳으로 페이 자리를 알아봐야 할지 마음이 심난해서 전화를 했다고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기존 개원의들도 자꾸 늘어가는 신규치과로 인해 신경이 쓰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개원의들도 신규 치의들의 고민 못지않게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봅니다. 신규치과가 개원을 하면 있던 환자마저 뺏기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으로 1년 1년을 보낸다는 얘기를 주변 동료들에게 듣습니다. 치협에서도 특별한 대책을 세울 수 없는 것이, 경제성장의 둔화와 맞물려 개원가가 포화상태이다 보니 치의들의 희소성이 더욱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현실입니다.


치과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치과계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하며 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웃 일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치과의사수가 과포화 상태이고 치과대학 입학생이 줄어들고 있어 폐교위기에 있는 대학이 많아,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일본 치과대학 입학 설명회를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분명 일본과 같은 현상이 오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일본의 치과계는 활로를 찾기 힘든 상태가 돼 버렸습니다. 앞으로 닥칠 우리나라 치과계 미래는 일본의 상황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이 역시 다다익선의 폐해이고 희소성이 무너진 결과물이죠!


희소성의 가치를 느끼게 하려면 이제 다수 전문의 제도를 개방하고 또 그 전문과목 중에서도 다른 특화된 진료영역으로 점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틈새시장을 파고들어야 할 때입니다. 가령 사랑니발치만 전문적으로 한다든지, 치주가 안좋은 환자를 위해 잇몸뼈재생시술만 전문적으로, 턱관절질환만 ,이갈이, 코골이시술만 하는 등의 희소성의 가치를 살려 차별화하면서 병원 경영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위험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만 이제는 차별화된 치과를 경영해야하거나 치의들도 투잡을 생각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자신의 전문성과 다양한 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할 때 그 사람만의 희소성의 가치로 몸값을 톡톡히 받고 즐기는 삶이 그저 우스갯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별난 치과의사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는 나만의 독특한 치의로 살아야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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