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갑과 을

2013.05.27 00:00:00

월요시론


구본석
전 대전지부 회장

 

갑과 을


얼마전 TV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 어느 대담 프로를 보게 되었다. 서울의 유명한 대학교 교수 한 분을 모셔놓고 여러 가지 사회 이슈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부 정책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 이슈들에 대하여 그 교수님이 명쾌하게 혹은 신랄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흥미를 끌어 당기고 있었다. 대담 프로 말미에 사회자가 교수에게 물어보는 대목이 재미 있었다. 교수님은 능력을 인정 받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관이나 청와대의 요직에 부름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그 제안을 수락하여 국민을 위하여 능력을 발휘하시지 왜 고사를 계속 하시는 겁니까? 하고 물으니 그 대답이 재미 있었다. 왜 내가 찰나의 을이 되겠느냐? 그 자리를 안맡으면 영원한 갑이 되어 자유롭게 비판과 제안을 할 수 있는데, 응낙하게 되면 을이 되어서 고생하고 지금의 이런 시간도 못 누리는 거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런 관계는  회원들을 대신하여 일하는 협회 임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치협만 하더라도 2만여 회원들의 다양한 이해 관계를 반영하고 회원들의 이익을 지켜야하니, 우려의 말들을 듣게 되고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회무를 맡아야하니 여기에서도 앞서 말한 갑과 을의 관계가 성립하게 된다. 치협이나 지부 분회 임원들은 회원들에게 을의 입장이 되어 갑인 회원들의 호된 비판을 들으며 일을 추진하게 된다. 나의 경우 어떤 원칙을 세워 놓고 부딪히는 여러 상황에 대응해 왔다. 그것은 과연 이것이 우리의 파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3년 7월부터 급여화되는 스케일링을 생각해 보면 정부가 제시하는 것은 스케일링 급여 3만2210원 진찰료 1만2290원 합 4만4500원에 환자 본인 부담은 30%인 1만3350원을 1년에 한 번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국자가 설명하길 개원가 수가는 5~6만원으로 알고 있는데 환자가 보험으로 한 번 스케일링한 후 6개월 후 다시할 때 3만2210원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한다.


당연히 우리의 파이를 줄이는 일이니 찬성하기 어렵다. 물론 무료로 스케일링하여 환자를 유인하는 것이 위법이 된다거나 (이것은 당국자도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색내는 일이다) 보험이 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가 접근하기 쉽다거나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우리의 관행 수가도 못지키는 일은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갑인 회원들의 비판을 각오해야 한다.


선후배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엔 갑일 수도 있었겠지만 어느덧 입장이 바뀌어 기득권층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역할이 바뀌어 갑의 입장인 젊은 회원들이나 평회원들의 입장이나 주장을 잘 헤아려 일을 해야한다. 그렇지만 세월은 돌고 도는 것이니 내가 지부장으로 일할 때 앞서서 날카로운 비판을 하며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던 후배가 있었다. 어느 모임을 가니 이미 능력을 인정받아 집행부에 있는 그 후배가 더 젊은 후배에게 우리의 이슈가 처리되는 과정과 결과에 대하여 공격을 받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서 그거 봐라 네가 나에게 뭐라더니 네가 이제 당하는 구나 하였더니, 에이 형은? 하며 멋쩍게 웃는 것이었다. 정말 인생은 돌고 돌며 발전하는 것이다. 나도 이제는 갑이 되었다. 어쩌면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진 슈퍼 갑일지도 모르는데 아직은 을의 역할이 힘들다는 것을 너무나 잘알기에 내 역할을 접어두고 열심히 일하는 을을 격려하고 도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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