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 장례식장은 근사하고…

2013.07.29 00:00:00

월요시론


장례식장은 근사하고…

  

구본석
전 대전지부 회장

  

며칠 전 읽은 글에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어 옮겨 적는다.


B대의 창의성 아카데미 마지막 수업으로 A총장의 강의가 있었다. 원래 제목은 B대의 미래 비전이었는데 강의는 넋두리로 흘러갔다. A총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그런 그가 “총장이 되고 보니 도저히 경제학으로 풀 수 없는 세상이 널려 있더라”고 털어 놓았다.


C병원을 새로 지을 때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A총장이 병원측에 물었다.


A총장 : 응급실 규모가 작아 보이네요?


병원 측 : 최소한의 법적 기준은 맞췄습니다. 응급실은 의료보험 수가가 낮아 클수록 손해가 납니다.


A총장 : 중환자실도 작네요?


병원 측 : 그곳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병원들의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다 장마당처럼 복닥거립니다.


A총장 : 그런데 장례식장은 왜 이리 근사하게 만듭니까?


병원 측 : 그건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장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A총장 : 아니, C병원은 사람 생명 살리자고 만든거잖아요? 목숨이 달린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작고, 장례식장은 크고 화려하고… 병원이 마치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죽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네요.


병원 측 : 가격통제를 하니 세상이 불합리하게 돼 버렸습니다. 그나마 우리니까 손해를 보더라도 어린이, 재활병원을 계속하는 겁니다.


A총장 : 그럼 병원은 어디서 돈을 버나요?


병원 측 : 검사를 많이 해야죠. 오죽하면 영국 전체보다 서울에 있는 MRI 대수가 더 많습니다.


다음 강의 내용은 B대 기숙사 지으면서 겪게되는 녹지의 형질변경에 관한 법 제도, 규범과 같은 사회적 자본 문제로 흘러갔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 강의에서 듣게되는 C병원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실로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치과 병·의원을 들여다 본 내용을 옮겨 적으면 어떨까?


치아를 살리려는 치료들은 더욱 힘이들고 어려워 지는데 모두 의료 보험이 적용되어 가격 통제를 받기 때문에 타산이 맞지 않는다.   수가를 현실화 시켜달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인데, 초기에 원가에 한참 못미치게 책정된 수가는 매년 물가 상승률에도 한참 못미치는 인상률을 반복한 것이 수십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니 치아 발거후 비급여 치료를 위한 미끼상품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고, 머리 아프게 고생만 하고 돈도 못 버느니 차라리 발치를 권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국민들을 위하는 길인가를 생각하면, 우리가 보람을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자본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 또한 우리를 위한 것 뿐만 아니라 후배들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일이 될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앞으로 시간이 있으면 꼭하고 싶은 일을 물었더니, 가족과 더욱 많은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을 후회하거나, 마음으로 원하는 일들을 했었으면 하는 답이 많았고, 돈을 더벌었으면 하는 답이나 혹은 더욱 열심히 일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답은 없었다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환자들을 돌보아야 사는 보람을 찾을 수 있겠지만, 더욱 좋은 것은 현실에 맞게 수가체계를 개선해, 동료 후배들이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며 자연히 일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우리 국민 모두를 위한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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