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 명품 규정 만들기

2013.09.02 00:00:00

월요시론


명품 규정 만들기

  

구 영
서울치대 치주과 교수


지난 연말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51.6%의 득표율로, 48%에 그친 2위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두 후보자의 최종 득표수가 동수가 나왔다면 어떻게 했을까? 혹자는 연장자 순으로 당선자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도 있고, 재투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지도 모른다. 어느 주장도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목소리가 크다고 정의롭지는 않는 법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국회의원 선거, 시군구의회의 의원선거로 유권자의 수가 적어질수록 최다득표자가 동수가 될 가능성은 점점 커지게 되며, 초등학교 학급 반장 선거 정도가 되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경우가 된다. 또, 만약에, 정말 만약에 대통령 후보가 한명만 등록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무투표 당선이 옳을까? 아니면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선거를 진행해야 할까?


초등학교 반장 선거쯤이야 동수가 나오든, 혼자 출마하든 어느 경우에도, 관련 규정이 없어도 담임선생님의 현명한 판단으로 간단히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판단에 불만을 품은 아이의 학부모한테 좀 시달리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바깥 세상일이야 어디 그렇게 단순할까?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상정해서 미리 규정해두지 않으면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혼란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 이후, 대통령선거에 있어 직선제를 표방하고 있다. 헌법 제67조 1항에,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 바로 다음 2항에, 앞에서 말한 ‘만약’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내용이 있다. 같은 조의 2항을 보면, 대통령 선거에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로 규정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예외적인 경우 간선제도 채택하고 있다.


그 바로 아래 3항에 ‘대통령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아주 특이한 예외적인 경우를 상정한 것이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여 수정하기 어렵게 법률이 아닌 헌법 조문에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고도 놀랍다. 그만큼 어떤 선거제도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 못지않게, 선거와 관련된 규정을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면서도 또한 중차대하다. 


지난 4월에 개최된 치협 대의원총회에서 협회장 선출을 현행 대의원에 의한 선거방식에서, 선거인단제로 바꾸는 정관개정안을 71%의 찬성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 개정안 통과는 대의원들이 시대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내고, 회원들의 참정권 확대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인 결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에 따른 새로운 선거제도를 위한 규정마련에 협회 산하의 정관개정특위 위원들은 이 여름의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어렵고도 복잡하면서도 중차대한 작업에 지혜를 모으고 있을 것이다.


가을쯤이면 작품을 세상에 내 놓고, 내년 봄이면 새 규정에 따라 차기 협회장이 선출될 것이다. 회무 경험이 풍부한 특위 위원들이 공정하고도 투명한 절차와 방식을 담은 안을 내 놓겠지만, 그들이 느끼는 부담은 실로 많을 듯하다. 따뜻한 격려와 성원을 다 함께 보내자.


바라건대, 후보자나 선거인단 뿐만 아니라 치과의사 전체가 선거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피로감과 불편함이 최소가 되는 안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관리와 비용에 있어 최소의 부담을 지는 선거공영제를 적극 활용하고, 선거운동의 기간은 짧게, 정책자료의 접근은 쉽게, 선거일 투표 참여율은 높일 수 있는 ‘명품’ 규정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일어날 지도 모를 예외적인 경우까지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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