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목소리로 배우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지혜

2013.12.30 16:34:37

월요시론

보신각 종의 큰 울음과 함께 다사다난했던 계사년이 시나브로 역사가 되고 있을 무렵, 부지런한 사람들은 명산의 꼭대기나 동해로 돋을볕을 즐기러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을 것이다. 매듭없이 흘러가는 시간이건만, 스물 네 시간 하루를 정해놓은 것은 매일을 새롭게 하라는 뜻이라면, 삼백육십오 일 한 해를 만든 일은 해마다 더 크게 새롭게 하라는 이치일테다. 어둠과 밝음, 소리와 빛,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절묘한 시점에서 사람들은 흩어진 마음을 일심으로 모으고,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염원을 두 손 모아 합장하는 구도자가 된다. 그래서 새해는 언제나 현묘하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그렇게 맞이하곤 하는 새해이건만, 갑오 신년을 맞는 치과계의 어깨는 쳐져있는 느낌이다. 환자는 줄어드는데, 임대료는 치솟고 경쟁은 날로 치열해져 이중, 삼중의 시름이 깊어졌던 지난 한 해의 고단함에 지친 탓이었을까? 아니면, 새해에도 이를 해결할 시원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전망 때문일까? 30~40대 젊은 치과의사들은 또 어떻게 생존해 나갈 것인가? 불황의 깊이만큼이나 치과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은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인가?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의 경제단체들은 올 해 우리나라 경기전망을 완만한 회복세로 예측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어르신들에 대한 임플란트 급여화를 비롯한 복지예산의 확대는 치과계가 그 수혜자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특히 돋보이는 햇발은 치과계 혼란의 단초를 제공했던 불법 네트워크 문제가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이다. 지면을 빌려 치협 집행부의 애틋한 노력에 십시일반의 성금으로 힘을 보탠 모든 치과의사에게 경의를 표한다.


힘들게 마련한 희망의 빛을 가리게 될지도 모를 크나큰 난제 또한 우리 앞에 놓여있다. 바로 전문의 문제이다. 거듭한 회의와 회의, 공청회와 또 다른 공청회에 허리를 펼 틈도 없이 해끗 머리를 맞대어보았지만 아직도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이것이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라, 자존과 생존의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일까? 직역과 지역에 따라 온도 차이는 여전한 것 같다.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면 과감히 단추를 풀고 다시 채울 용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용단 없이는 올바른 옷매무새가 나올 수 없는 법이다. 피켓과 거리의 생경한 구호는 흰 가운과는 좀 체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이 외부에 판단을 구하는 일은 무한 소모전의 시작일 뿐이다. 대의원 총회는 그래서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위대한 철학자 노자는 도덕경에서 “텅 빈 상태를 유지해야 오래가고(至虛, 恒也), 중을 지켜야 돈독해진다(守中, 篤也). 만물이 다 함께 번성하는데(萬物竝作), 나는 그것을 통해 되돌아가는 이치를 본다(吾以觀復)”라고 하였다. 노자철학을 깊게 공부한 서강대 최진석 교수는 이를 “노자가 보는 이 세계는 대립면들끼리의 상호 꼬임으로 되어 있으며, 이 대립면들 사이의 관계에서는 어느 한쪽이 우선권을 가지지 않은 채, 모두 동등한 차원에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노자는 우리에게 대립면들 사이에 서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마치 생명의 근원인 DNA가 이중의 나선들이 서로 꼬여 있으면서 상대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것처럼, 어느 한 쪽의 개념에 갇히게 되는 것을 극히 경계해야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노자는 “늘 그러한 이치를 알면 포용하게 된다(知常容)”고 하였다.


노자의 목소리로 배우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지혜로, 서로를 포용하는 올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영 교수 test@t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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