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은 치과의사 삶…

2014.02.11 16:55:58

월요시론

윤현중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구강외과 교수


‘19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담당 지역(인천·수원·춘천을 제외한 수도권·강원도)의 개인회생 신청은 지난 5년간 1145건으로 집계됐다. 직업별 개인회생 신청자는 의사가 207건으로 2위, 한의사가 130명으로 4위, 치과의사가 112명으로 5위다. 1위와 3위는 회사 대표(225명)와 개인사업자(157명)다. 의사·한의사·치과의사를 합치면 449명으로 전체 개인회생 신청자의 39.2%에 이른다.’란 신문기사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신규개원을 위한 대출도 갑이 아닌 을이 된지가 오래란 동료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참 힘든 세상입니다. 부끄럽지 않게 살기가…. 개인회생신청이 부끄럽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분들도 그러한 과정에 들지 않기 위해 무던하게 노력을 하였을 것입니다. 부모에게, 가족들에게, 지인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저의 모습을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수들은 봉사, 진료, 교육에 대한 평가를 매년 치릅니다.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진급도 안되고 호봉 상승도 안되며 월급도 줄어듭니다. 심하면 자리를 떠나야 합니다. 매월 과장인 저에게는 병원 수입 및 과 수입이 이메일로 전달되며 소속 각 교수들의 매월 목표치와 실제 수입에 대한 비교 숫자를 함께 받습니다. 전 이메일을 각 교수들에게 전달합니다. 그리고 매번 수입 증대에 대한 요구를 듣고 삽니다. 이렇게 살려고 교수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는 당연한 매월, 매 연말 행사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변한 것이며 변한 세상에 적응하지 않으면 도태 되겠지요. 문제는 제가 수입을 증가 시켰다는 것은 환자분들이 그 만큼 많이 지불 하였다는 것을 의미 한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전 하나의 CT(전산화단층촬영), 하나의 MRI를 환자분에게 요구하기 전에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을 습관적으로 던집니다. 제 마음이 편안 하기 위한 몸부림의 일종입니다. 하루에 열명 정도 환자를 보며 충분한 상담도 해 주고 농담도 주고 받으며 환자에게 사랑 받는 치과의사, 의사가 꿈이라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자라나는 치과의사, 의사 지망 청소년들은 그 꿈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물론 재산이 너무 많아 취미로 병원을 운영하는 자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은행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대다수의 치과의사, 의사들은 하루하루 양심의 소리와 현실의 소리에서 번뇌합니다. 어찌 보면 현재 우리나라 중, 고등학교에서 가장 모범생들이 하게 되는 직업 중의 하나가 치과의사, 의사인데 샛길을 잘 모르는 이런 모범생들이 사회에 나와 많건 적건 양심의 소리를 외면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사회의 불행이라 생각됩니다.

요즈음 영리병원에 대한 많은 이슈들이 정신 없이 신문지상에 도배됩니다. 하지만 솔직히 자랑할 말은 아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누구 말이 옳은지. 그런데 확실하게 마음에 안 드는 용어가 있는데 ‘밥 그릇 싸움’입니다. 우리가 정말 그렇게 이기적입니까? 벌고 또 벌고 있으면서 더한 욕심을 내는 집단입니까? 그냥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은 아닐까요? 환자들에게, 후배들에게, 자식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돈을 많이 벌어 부끄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청소년기에 가졌던 꿈을 펼치며 마음이 행복하고 나를 거쳐간 환자들의 몸과 정신을 함께 어루만져 주었다는 만족감을 부끄럽지 않게 느끼고 싶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방향이 영리병원에 대한 답변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현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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