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師 만들기; 비인부전(非人不傳)

2014.03.18 13:06:19

월요시론

이제 막 입학식을 거쳐 신입생이 된 치과대학(치전원)생들을 보면서, 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그럼으로써 어떤 변화를 가지게 해야 하는가 하는 교육학의 근본적 질문을 갖게 된다.

허 준의 스승인 유의태의 아들 유도지가 허 준과 함께 내의원 첩지를 따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길에서 마주치게 된 병자를 허 준은 그냥 지나치지 못해 첩지를 포기하고 그를 돌본데 반해, 유도지는 병자를 뒷전으로 하고 가던 길을 재촉하였다는 말을 전해들은 유의태는 비인부전(非人不傳)이란 말로써 혈육지정에 연연하여 인간 됨됨이가 미치지 못함을 알면서도 자식에게 의술을 전수하였던 자신을 탄식하며 급기야는 자식의 한양 가는 일을 막고 첩지 따는 일을 포기토록 종용했다고 한다. 비인부전이란 “인간이 되지 못한 자에게는 예와 도를 전해줄 수 없다”라는, 동진시대의 왕희지가 제자들에게 했던 말이라고 한다. 온갖 퇴행적 일탈 행위를 부끄럼도 모르고 행하는 요즘의 일부 치과의사들을 보면서 환자들을 직접 대해야 하는 치과의사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인성교육을 해야만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의료인을 키워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도달한다.

생명과학의 획기적인 발전과 더불어 치의학의 관심이 환자보다는 질병 그 자체로 전환되었고, 이와 더불어 질병으로 인한 환자의 고통이나 생활의 변화보다는 의료의 객관성과 효율성이 우선적으로 추구되면서 의료의 비인간화와 상업화가 촉발되었고 결과적으로 질병 상황에서 환자가 소외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치과의사 양성과정에서 자연과학적 관점에서의 치의학교육이 가지는 이러한 취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시킴으로써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질병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의 목표는 질병 상태에 있는 환자에게 과학적 치료를 제공하면서 이와 동시에 질병을 앓고 있는 ‘고객’이 아닌 ‘환자’로서의 인격 주체에 합당한 배려와 보살핌을 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인문학 교육을 해야 할까? 천문학(天文學) 혹은 지문학(地文學)이란 하늘과 땅의 꼴(무늬;文)을 관찰함으로써 이것이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와 같이 인문학이란 사람 사는 꼴을 관찰함으로써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찾는 학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의학과 치의학은 그 자체로서 인문학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허리둘레 남자 90cm, 여자 80cm 이상의 복부비만, 혈액검사에서 150mg/dl 이상의 중성지방, 110mg/dl 이상의 공복혈당, 그리고 130/85 mmHg 이상의 혈압이면 대사증후군이라고 한다. 이 경우 “식이조절과 적절한 운동과 휴식, 그리고 필요하면 약물요법을 시행해야 한다”라고만 하면 질병 위주의 생각이 되지만, “몸과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탐욕으로 인한 과식 습관과 나태함으로 가득 차 있으니, 평정심을 유지하며 음식을 절제하고 늘 몸을 움직여 근면함으로 살지어다”라고 생각한다면 인문학 그 자체가 된다.

학교는 치의학 뿐만 아니라 인문사회학적 교육과정을 융합 편성함으로써 인간의 삶과 질병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와 접근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학생들로 하여금 원숙한 인성을 바탕으로 인간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과 연민, 인간에 대한 헌신과 봉사, 그리고 의료인으로서의 소명 의식을 키우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학교와 치의학계 모두가 같이 고민해야 할 때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영국 경희대치전원 교수

박영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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