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와 KDA

2014.04.01 18:00:08

월요시론

1859년 8월의 어느 여름날에 26명의 치과의사가 미국 뉴욕주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모여 미국치과의사협회(ADA, American Dental Association)를 창립하였다. 창립 목적은 치과의사의 권익을 보호하고 ‘Miracle Cures’라는 검증되지 않는 치료법으로 국민들의 피해와 고통이 다반사여서 이러한 것들을 통제하기 위함이었다.

미국 치의학의 역사에는 ADA가 탄생되기 전에 이미 두 개의 치과의사 단체가 기록되어 있다. 첫 번째 단체는 Horace Hayden이 1840년에 설립한 American Society of Dental Surgeons(ASDS)이다. 하지만 3년 후 아말감 사용을 전면으로 금지하면서 야기된 Amalgam War 때문에 조직이 와해되었고 결국 1856년 8월에 ASDS는 해산되었다.

두 번째 단체인 American Dental Convention(ADC)는 미국 치과계가 흑백논리로 혼돈의 길을 걷고 있을 무렵인 1855년 탄생되었으나 회원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미미한 활동을 하다 1876년에 역시 해체되고 말았다.

미국 치과계 역사의 기록에는 ADA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두 개의 단체가 존재하였지만 현재 ADA는 1859년에 창립된 단체를 시초로 하고 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한창이던 1959년 ADA는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를 9월 17일 뉴욕 맨해턴에 있는 월도프 아스토리아(The Waldorf Astoria) 호텔에서 개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64개국의 치과의사협회 대표를 포함하여 치과의사 5만5000명이 참여할 예정이어서 세계 치의학 역사에 남을 정도로 거대한 치과의사 모임이었다.

운명의 장난인가? ADA의 백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소련 공산당 서기장인 흐루시초프가 초대되어 1200명의 기업인과 함께하는 오찬 행사가 겹치게 되었다. ADA 회장은 백주년 행사 일주일전에 뉴욕시장과 미국 정부로부터 호텔 사용을 양보하라는 편지를 받았다. ADA 회장은 미국 언론의 파워를 등에 업고 행사 장소를 포기하지 않았고 ADA 백주년 기념행사는 예정대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만약에 이와 똑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상상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필자는 앞서 말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대한치과의사협회(KDA, Korean Dental Association)의 창립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네이버에 검색한 결과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설립 시기는 1921년 10월 2일로 적혀 있는데, 이때 설립된 단체는 조선치과의사회이지만 일제강점기때 일본인 치과의사들에 의해 결정된 단체이고 초대 회장은 나라자끼 도오요오라는 일본 치과의사였다. 이 단체에 한국 치과의사들의 참여는 전혀 배제되어 있었는데 KDA가 1921년에 설립되었다는 내용은 어불성설이다.

반면에 대한치과의사협회 홈페이지에는 KDA 초대 회장으로 안종서(1952~1954)가 기록되어 있다. KDA의 설립 시기와 KDA의 초대 회장이 불일치하는 역사적인 오류가 보인다. 보충 설명을 하자면, 해방 직후 ‘우리의 손으로 우리 치과계를 건설’이라는 케치프레이즈를 내걸고 1945년 12월 9일 경성치과의학전문학교 대강당에서 조선치과의사회 창립총회가 개최되었고 초대 회장으로 안종서가 선출되었다. KDA는 1945년부터 6년 3개월 동안 법적 지위가 없는 임의 단체로 활동하는 동안 다섯 번의 회장이 바뀌었고 1952년 3월에 법정 단체로 등록되어 제1대 회장을 안종서가 역임하였다. 

KDA의 창립에 관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기념일에 관해’(치의신보 2010년 2월 15일 1813호, 월요시론)와 ‘현행 치협 창립기념일에 대해’(대한치과의사학회지 제28권 제1호, 2009) 참고하길 바란다.

ADA의 시초는 ASDS(1840년 설립)와 ADC(1855년 설립)가 아닌 1859년에 26명의 치과의사들이 모여 만들어진 단체가 인정받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모든 치과의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결정되지 않았을까 싶다. 긴 역사를 가진 단체보다는 정통성이 있는 단체가 후세의 역사에 떳떳한 모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1921년에 설립된 조선치과의사회는 일본인 치과의사에 의한 일본인 치과의사를 위한 조직이었고, 반면에 1945년 조직된 동명의 단체는 바로 한국인 치과의사에 의한 한국인 치과의사를 위한 치과의사회였다. 따라서 이 역사적 오류에 대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 훈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

권 훈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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