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일자리 늘리기

2014.04.29 16:33:05

월요시론

요즘처럼 덥고 건조한 날이 계속되면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 산불은 대부분 사람의 부주의가 원인이지만,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처럼 광활한 지역의 산불은 낙석과 바위의 마찰이나 번개와 같은 자연발화가 더 많다고 한다. 소나무 같은 침엽수는 개체수가 너무 많다고 판단되면 평소보다 더 많은 송진을 분비해서 발화 조건을 쉽게 만든다. 스스로 사멸의 길을 택해 산불 뒤에는 경쟁력이 우수한 종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산불로 생긴 재는 영양이 풍부한 토양을 만들고, 살아남은 나무는 이를 양분삼아 더욱 튼튼한 나무로 자라난다고 하니, 이런 산불은 재앙이 아니라 생태계의 놀라운 자기조절 본능의 조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좁쌀만한 크기의 치태(바이오필름)에는 일억 마리의 세균이 있으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균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세균은 다행히 숙주에 해를 끼치지 않는 정상 상주균이지만, 일부는 치주질환이나 치아우식증을 일으키는 원인균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인 치아를 부식시키고 잇몸뼈를 녹게 만드는 이런 세균들은 그리 간단한 놈들이 아니다. 매일 칫솔질을 하고 가끔 스케일링으로 개체수를 줄이려는 숙주의 처절한 노력을 비웃듯이, 보란 듯 살아남아 구강상병을 일으키는 지독하고 영악한 놈들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바이오필름은 정적인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고, 내부에는 운하(water channel)가 발달하여 물이 쉼없이 흐르며, 세균끼리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quorum sensing) 등, 환경이 매우 다이내믹하다고 한다. 세균의 수가 너무 많아 생존이 어려운 경우에는 자기네끼리 SNS를 주고받아 일부가 스스로 탈락하고 경쟁력 있는 세균만 살아남는다니, 미생물계의 자기조절 본능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치과의사 수가 적정수준을 넘어 너무 많다고 아우성이다. 올해 792명이 새로 배출되어 총 2만7000명이나 되고, 치과의원도 작년 362곳이 새로 개원하여 모두 1만6000개에 달한다. 의사 수도 이미 1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다른 전문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인회계사는 매년 900명이 새로 등록하고, 로스쿨 졸업생과 사법시험 합격자를 합한 법조인은 작년 한해에만 1800명이 늘었다고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 동기인 사법시험 17회가 60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최근의 법조계 또한 포화상태임에 틀림없다. 자연계는 미생물계만 보더라도 개체의 포화상태를 스스로 조절하는 슬기로운 능력을 갖춘 반면, 인간세상은 그렇지 못하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치과의사의 적정 수급을 위한 TF가 협회 내에 구성되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보인다. 의사 수를 줄여야 한다는 대의명분에는 모두가 공감하나,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동상이몽이다. 개업의들은 입학정원 감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하지만 대학은 여간 난색이 아니다. 한 학년 40명의 정원을 어떻게 더 줄이란 말인가? 지난 20년간 치과대학이 더 생기지 않은 것만도 다행한 일이다. 제 손으로 치과의사를 줄일 방도가 없다면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리는 것이 동네의원 포화상태를 해소하는 길이 아닐까.

현행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의사와 한의사만 개설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치과의사는 왜 안된다는 것인지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의료법을 고쳐서 치과의사도 요양병원을 열 수 있도록 해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추진 중인 국립치의학연구원도 빨리 결실을 봐서 연구직 치과의사의 일자리도 늘려야 하고, 의료 한류의 바람을 타고 치과의사의 해외진출도 적극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새로 출범하는 협회 집행부가 무엇보다 치과의사 일자리 늘리기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으면 한다.

구 영 서울치대 치주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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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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