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끝을 함께 할 수 있는 리더

2014.06.17 13:30:56

월요시론

잔인한 달 4월 세월호 침몰사고, 아픔이 채 시기도 전 5월, 장성요양 병원 화재 참사까지…벌건 대낮에 300여명의 생명이 수장되는 참담한 장면을 두 눈 벌겋게 뜨고 볼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깝고 분노한 시간들이 흘러갔다. 그리고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사상 처음 여야 어느 곳도 자신 있게 우위를 주장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았다. 세월호 참사가 여권에 책임을 묻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국민은 여야 모두에 책임을 묻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여야가 동수를 이뤘느니 절묘한 선택이니 하는 것이 아니다. 당선자들이 표를 얻기 위해 땅바닥에서 절을 하고 목이 쇠도록 시·도민을 주인으로 모시겠다고 약속했던 초심을 그대로 유지하느냐다.

그런 의미에서 멜 깁슨 주연의 베트남전 전쟁영웅을 다룬 ‘We were soldiers’라는 영화에서 무어중령이 했던 명 연설이 오버랩 된다.

필자는 골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여가시간을 책과 함께 하거나 바둑기보를 보며 휴식을 취한다. 또 하나 아내와 함께 하는 영화관람은 빼놓을 수 없는 낙(樂)이다. 특히 혼자 조용히 즐기는 영화감상은 어렸을 적 어머니의 품안에 있는 안락함마저 느끼게 한다.

영화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감독, 장르, 좋아하는 배우 때문에 영화를 선택한다. 거장이 만든 영화나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는 향기로운 다향을 음미하듯 여운이 길게 남아 좋다. 뛰어난 영화음악이 주제와 앙상블을 이룬 명작을 대하는 것은 아! 라는 외마디 감탄사 한마디로 모든 것을 대변할 정도의 깊은 영혼의 울림을 갖게 한다. 영혼을 깨우는 깊은 감동의 명화 감상도 좋지만 가볍게 웃고, 때론 격렬한 하드액션과 전쟁 영화는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필자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어 놓을 수 없다. 까까머리 고교시절의 무조건적인 반항과 일탈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가 아직도 심장을 두들기며 꿈틀대는 것 같아 나이를 잊고 즐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멜 깁슨(Mel Gibson)이다. 가장 미국적인 배우이자 엉덩이가 섹시한 남자 배우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그는 미국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고 세계적으로 많은 영화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화려한 액션과 멜로, 때론 자유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영웅적 모습을 리얼하게 연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연기파 배우다. 필자를 사로잡았던 영화는 브레이브하트(BRAVEHEART). 제작, 감독과 주연을 겸한 멜 깁슨이 잔인한 액션과 용기와 대담함 그리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까지 성심을 다해 결합해 놓은 이 웅장한 역사 서사시는, 가장 남성적인 액션영화로 꼽힌다. 마지막 장면에서 스코틀랜드의 민족적 영웅 월리엄 월레스의 마지막 외침인 프리덤! 이라는 울림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이사벨 공주로 분한 소피마르소의 청순한 미모를 보는 것은 금상첨화다. ‘브레이브 하트’와 더불어 필자가 가장 강추하는 영화가 멜 깁슨이 주연한 ‘We were soldiers’다. 

실제 베트남 전쟁 영웅인 무어 중령(Harold G. Moore)을 그린 이 영화에서 멜 깁슨은  무어중령으로 분해 영웅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전쟁 영웅인 무어 중령은 베트남전 투입을 앞두고 그의 대대 병력에게 연설을 하는데 이 영화를 최고의 반열에 꼽을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여러분들 모두를 무사히 귀환시키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여러분과 전능한 하느님앞에 이것만은 맹세한다. 우리가 전투에 투입될 때 내가 가장 먼저 전장에 발을 딛을 것이고 전장을 떠날 땐 내가 가장 늦게 나올 것이며, 어느 누구도 남겨 두고 오지 않겠다. 전사했든 생존했든 우리 모두는 다 함께 고국으로 돌아올것이다.”

무어 중령은 전멸 직전의 대대를 구해냈고, Broken Arrow까지(아군 진지를 무차별 폭격해 달라는 작전코드)요청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진지를 방어함으로써 그가 전장에 투입되기전 부하들에게 했던 연설을 현실로 구현해 냈다.

그가 최고의 지휘관으로 역사적 인물이 된것은 “승리를 위해 싸워라”, “승리는 너에게 달렸다. 미친 듯 싸워라” 등의 무개념 멘트가 아닌 날 믿고 따르라! 여러분과 처음과 끝을 함께 하겠다는 믿음과 신뢰를 줬다는 것이다. 리더가 자신의 부하들을 부리는 것이 아닌 솔선수범해 수하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책임과 믿음을 실천함으로써 부하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전쟁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국민을 슬픔과 비통, 분노하게 했던 세월호 침몰 사고를 떠올리면 무어 중령의 모습이 오버 랩 된다. 어른들의 보살핌과 보호속에 파릇파릇 피어나야 할 소중한 학생들이 어른들의 무책임과 그동안 관행처럼 해왔던 불공정사회의 시스템의 대표격인 ‘가만히 있어라’는 한 마디로 인해 그대로 침몰 하는 세월호에서 수장될 수 밖에 없었다.

6·4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선출된 각 지역의 리더들이 무어 중령의 연설 처럼 처음과 끝을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무한책임의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가 가장 먼저 전장에 발을 딛고, 전장을 떠날 땐 내가 가장 나중에 나오며, 어느 누구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책임과 믿음, 신뢰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찬일 동산치과의원 원장

이찬일 동산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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