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블루존으로

2014.06.24 11:20:50

월요시론

블루존(blue zones)은 백세 이상 노인들이 많은 장수마을을 가리키는 영어 표현이다. 미국의 오지탐험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댄 뷰트너가 내셔널지오그래픽 팀과 함께 전세계의 장수마을을  찾아다니면서, 백세 이상 인구가 미국 평균의 열 배가 넘는 이른바 최장수 지역을 지도상에 파란색 동그라미로 표시해놓은 데서 유래된 말이다.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섬, 일본의 오키나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로마린다 공동체, 코스타리카의 니코야 반도, 그리고 에게해에 떠 있는 그리스의 작은 섬 이카리아가 그런 블루존들이다.

사르데냐 섬의 102세 주민 쥐세페 노인은 평생을 농부로 살았다. 그는 밭일과 양치는 일을 끝내고 귀가하면 온 가족과 둘러앉아 염소 젖과 오메가 3가 풍부한 페코리노 치즈로 저녁을 먹는다. 식사가 끝나면 마을사람들끼리 떠들썩하게 웃으며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자연스러운 노동과 자연식, 그리고 가족과 이웃의 소속감은 사르데냐 섬 사람의 장수비결이다. 이 섬에는 미국 평균보다 30배나 많은 백세 인구가 산다.

오키나와의 카다마 할머니 역시 102세. 두 딸이 이미 70대에 접어든 왕할머니이지만 아직도 마을 제사장(noro) 일을 놓지 않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맨먼저 오늘 할 일들을 미리 챙기고, 텃밭을 살핀다. 점심에는 고구마와 두부를 주식으로 먹고, 돼지고기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 항상 배를 8할 정도만 채우는 소식을 한다(腹八分). 늦은 오후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오는 마을 사람들과 담소를 하고, 이들을 돌려보낸 뒤에는 손자들을 차례로 돌본다. 카마다 할머니는 뚜렷한 삶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生甲斐).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로마린다 공동체는 마치 대도시 안에 떠 있는 작은 섬과 같다. 사르데냐나 오키나와 같은 전통적 장수마을과 달리 이 곳의 장수 비결은 종교에 있다. 엘렌 화이트의 주도로 1863년 창립된 제7일안식일교는 몸과 영혼을 불가분의 일체로 본다. 그러므로 맑은 영혼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은 일체 멀리한다. 바쁜 한 주일을 보낸 뒤에는 안식을 철저히 지킨다. 견과류와 야채를 많이 먹고, 고기는 되도록 적게 먹는다.

댄 뷰트너는 전세계 블루존들을 직접 탐사한 결과를 2008년 ‘세계의 장수마을 블루존’이라는 책으로 펴내면서, 이들 지역에 공통된 장수 요인으로 알맞은 노동과 자연식품 위주의 소식,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뚜렷한 삶의 목표 등을 꼽았다. 그러나 뷰트너나 그의 후계자들은 조만간 이 책의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신흥 장수지역으로 한국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 같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장수국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빠르게 진행되는 노령화와 더불어 모든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이 발표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오는 2045년 한국은 홍콩 다음가는 세계 2위의 장수국가가 될 것이 라는 전망이고, 50년이 더 지난 2095년에는 홍콩마저 제치고 세계 최장수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즉 앞으로 80년 후에는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기대수명이 95.5세가 될 것이라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때 뷰트너의 후계자나 내셔널지오그래픽 팀들이 최장수국가 한국에서 발견하게 될 또다른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너무 앞지른 생각일지 모르지만 한국 노인들의 임플란트 보급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그들은 주목하게 될 것이다. 치아는 인간 오복의 으뜸이라고 하는데, 비록 인공 치아인 임플란트를 통해서나마 먹는 기쁨과 건강한 노후를 보장받게 된다면 이보다 더한 장수 요인은 따로 없다.

그 첫걸음으로 어르신 임플란트 급여화가 이달(7월)부터 시행된다. 현재 어르신 임플란트에 대해 스웨덴처럼 일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를 빼면, 국가 차원에서 임플란트 급여화를 시행하는 나라는 우리가 처음이다. 그만큼 제도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복잡할 뿐 아니라 소요되는 재정 부담도 만만치 않다. 단번에 일백 퍼센트 잘 짜여지고 만족스러운 제도란 없다. 장수국가 프로젝트의 매우 중요한 사업이 될 임플란트 급여화의 성공을 위해 치과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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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영서울치대 치주과 교수

구 영서울치대 치주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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