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의학

2014.07.15 11:03:26

월요시론

의료 현장에서 의사, 치과의사와 환자 간의 적절한 의사소통의 목적은 “경청과 공감을 통한 관계형성”으로 요약된다.

2011년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의학계열 학생들의 경청과 공감 능력의 실태는 대화 분위기 및 관계형성, 경청과 환자 발화 촉진, 사회 심리적 요인의 공감 항목에서 대단히 낮은 능력을 보인다. 환자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지 못하게 하거나 말하는 중에 중단시키는 경우, 환자에게 충분히 묻지 않거나 환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적절히 제공하지 않을 때, 그리고 환자가 느끼는 감정을 무시할 때 환자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느낀다(임인석, 중앙대).

의료인들은 환자의 발언 중 자신에게 필요한 얘기만을 요구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의증과 관련된 질병의 단초를 찾는 일에만 편집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환자들의 정서나 질병에 관련된 사회적 심리적 배경을 포착하지 못함으로써 진료에 꼭 필요한 정보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적절한 진료 여건 조성을 위한 환자와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을 하지 못하고 환자의 불만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환자들은 소외감과 함께 무시당했다는 느낌으로 의료인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의료 분쟁으로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 때 의료인 또한 환자들로부터의 불신과 부정적 시각에 의하여 자존감의 손상과 직무만족도의 저하를 경험한다.

의료 현장에서 경청과 공감이란 의사가 아닌 환자의 관점에서 환자 스스로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환자의 정서를 존중하고 수용함으로써 환자의 관점과 생각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의사소통으로써 진료를 이끌어가는 것을 ‘이야기 의학(narrative ·based medicine)’ 이라고 할 수 있다(유상호, 한양대; 박용익, 고려대). ‘이야기 의학’이란 질병의 고통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과 일상에서 받는 영향을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전통적 의학에서의 질병의 생물학적 정의 및 이해와는 대립되는 개념으로써 경청-공감-성찰-관계형성이라는 구조를 가진다.

기존의 전통적 의료는 의사가 질문하고 환자가 답변하는 방식의 질병 중심적, 객관적, 이성적, 생물학적인 의사주도형인 반면, ‘이야기 의학’은 환자가 이야기하고 의사가 경청하는 방식의 질병 체험 중심적, 주관적, 감성적, 사회심리학적인 환자주도형으로 묘사된다. 환자의 사회적 여건을 이해함으로써 개인별 맞춤 진료가 가능하며, 환자의 감성적 존중을 기반으로 심리적 상태를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의사-환자가 계약적 관계가 아닌 존중받는 인격체로서의 우호적 관계가 만들어진다.

환자는 이야기 과정 속에서 자신의 경험이 자신의 삶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의미가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자신의 질병 상황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같이 체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결국은 현재의 질병 상황을 수용하고 치료의 동반자로서 다가온다.  

숙련된 경청자는 환자가 하는 말 뿐만 아니라 표정, 분위기와 같은 비언어적 표현을 읽어 낼 수 있어야 하며, 말하는 사람과 관련된 사소한 어떤 일이 가지는 중요성의 단초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선입견 없이 환자가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수용하여야 하고, 내용의 의미나 진위와는 무관하게 상대의 감정에 교감해야 한다.

공감(empathy)이란 상대의 정서를 이해하고 상대방이 현재 느끼고 있는 마음을 같이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불안, 좌절, 절망과 같은 감정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감은 환자가 느끼는 감정을 의사도 느끼고, 환자의 편에서 그를 지지하고 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자도 알아줄 때 완성된다. 따라서 환자가 의사의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의사의 격청과 공감 상태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사람이 각자 가지고 있는 정체성은 성장 과정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타인의 인상과 기대를 인지하면서 이에 대한 상호작용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경청과 공감은 그 자체만으로도 치유의 효능을 가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영국 경희대치전원 교수

박영국 경희대치전원 교수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