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야 국방부 시계도 돌아간다?

2014.08.26 11:56:12

월요시론

토요일은 대개 기다려진다. 평일에는 시간이 나지 않아 병원에 오지 못하시는 환자분들이 토요일에 많이 오시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없이 9시부터 2시까지 진료를 끝낸다. 평일보다 무척 바쁘게 진료하므로 가뜩이나 어려운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된다.

헌데 저번 주는 무척이나 기다려졌다. 군대간지 4개월 밖에 안된 아들 면회를 가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청량리 기차역 계단을 오르는 할머님들 세분이 당신 아들들은 군대 가서 맞지 않으면 잠이 안왔다고도 하시고, 맞아야 국방부 시계도 돌아간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을 때 정말 ‘윤일병 사건, 임병장 사건’이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것을 느꼈다. 원주까지 한 시간 남짓 걸렸는데 휴가철 끝물이라 그런지 입석 승객들도 많았고, 나처럼 그리운 아들들 면회 가느라 찬합 도시락을 싸가시는 내 또래 부부도 여러분 계셨는데 교통체증 때문에 기차를 타고 가신다고 했다.

기차 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주제는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가 아니느냐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젊음의 한 시절을 보내는 청춘에 대한 고마움과 기성세대로서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에 가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한달반 만에 위병소에 도착해보니 전에 왔을 때보다는 면회객들이 10배는 많았다. 자식의 안부를 생각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항상 불안하고 걱정이 태산이다. 직접 만나서 바라보고 만져보고 나서야 안도한다.

직장이나 학교나 군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도 넓은 의미에서는 증오의 범죄가 아닐까싶다. 진료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치위생사와 조무사의 갈등도 우발적인 충돌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을 지닌 감정의 싸움이고 이것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원장들의 몫’이 결코 작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두 달에 세 번 정도 회식을 하면서 충분히 서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걱정하지 말라는 아들의 말에 어느 정도 안도하며 저녁식사 후 ‘명량’을 감상하였다. 이순신 장군의 말씀 중 ‘필사즉생 필생즉사’는 흔히 듣는 말씀 중 하나였지만 남녀노소 없이 영화관을 꽉 메운 관람객들을 보면서 사람의 능력이란 때론 타고난 자질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일상의 자세가 좌우 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명량해전을 앞두고 갑옷을 입고 잠을 잤을 만큼 이순신 장군은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다. 육군 군의학교에서 3개월 훈련받고 경남 하동군 금남면 보건지소에서 공중 보건의로 처음 배치 받았을 때 신경치료 환자의 비중이 70%였으므로 근관치료를 마스터해야겠다는 일념으로 F.C 냄새가 진동하는 진료소에서 여러 날 잠을 잤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다음날 저녁 7시 이전까지 부대 귀가해야 해서 다음에 볼 때까지 몸조심을 기약하고 아들과 헤어지고 서울 오는 길은 휴가 끝이기도 했지만 부대에 다녀온 많은 부모들 때문에 평소보다 두배 반이상 걸렸다.

군 복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으뜸가는 의무라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이 왜 군 입대를 꺼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요즘이다.

가뜩이나 힘든 개원 상황인데 특별 세무조사 할 때마다 왜 항상 치과의사들이 포함되는지 부담이 된다. 하지만 환자를 진료하고 지역사회에서 굵직한 일들을 감당하는 것이 치과의사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나라의 살림을 책임진 위치에 있는 그들이 조금 더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었으며 하는 바람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정우 서울시치과의사회 25구회장 대표

한정우 원장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