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쌀람 알라이쿰

2014.09.02 11:23:19

월요시론

지난 3월 취임한 정기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첫 해외출장지를 사우디아라비아로 정하였다. 그는 현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환자송출, 의료진 연수, 병원서비스 분야를 포함한 보건의료관련 업무협의를 마치고 귀국하였다. 그의 두툼한 귀국 보따리에는 특별한 서류가 하나 들었는데, 그것은 바로 치과분야 의료진연수에 관한 것이었다. 노독을 풀 틈도 없이 그는 관련기관에 전화로 이를 알리고 준비를 요청하였다. 바로 사우디 보건부 담당자들이 국내 치과의료기관을 둘러보기 위해 내한하였고, 그 결과 지난 5월 30일 ‘진흥원-사우디 보건부 간 치과분야 의료진연수 시행합의서’가 체결되었다. 연내 입국 예정인 사우디 치과의사들은 1년간의 한국어 연수를 마치는 대로 국내기관에서 3년간 유료연수를 받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 병원에서는 아랍 전통복장을 한 환자들을 적잖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중동지역 환자는 2009년 600여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3515명으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1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4개이던 협력병원도 8개가 늘어나 모두 12개 의료기관과 동의서를 체결하였으며 이 숫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70년대 중동건설 붐으로 촉발된 우리나라와 중동간의 교류가 이제는 고부가가치의 보건의료분야로까지 이어지면서 협력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와 아랍세계의 교류사는 통일신라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라비아 상인들은 향료와 유리기구 등을 가져와 비단이나 사향과 교환하였다. 신라에 거주하던 아랍인들의 삶과 그들이 본 신라인들의 생활상은 아라비아 상인 슐레이만의 여행기를 통해 오늘까지 전한다. 고려시대에는 원나라를 통해 아랍과 이슬람 세계가 본격적으로 접촉하였다. 고려의 도시에는 아랍인 공동체가 만들어졌으며, 그들은 고려 조정의 관리로 임명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도 초기에는 활발한 교류가 이어졌으나, 중·후기에는 아랍문명의 진입로였던 중국의 폐쇄정책과 보수적인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공백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아랍과 우리나라가 이렇게 오랜 교류의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우리는 그들을 어떤 시각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한 손에는 칼, 다른 손에는 코란을 들고 얼굴을 온통 가린 이상한 복장으로 테러를 일삼는 무섭고 어두운 세계라는 이미지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만약 이런 인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처럼 유감스럽고 편향된 오해는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만 해도 아랍은 유럽인들이 동경하는 신비의 세계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아랍의 상황을 그린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화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아랍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시작된 것은 제2차 대전 후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부터라는 것이 정설이다. 필자는 정치적 이슈를 깊이 천착할 능력도 여유도 없지만, 혹시라도 우리에게 편견과 오해가 남아 있다면, 그것은 정보획득의 편식에서 비롯된 치우침이 아닐까 한다. CNN과 BBC 같은 서구방송을 통해 알게 되는 아랍과 카타르에 본부를 둔 알자지라(Al Jazeera) 방송을 통해 접하는 아랍은 다르기 때문이다.

아랍은 변하고 있다. 다만 그 속도가 우리와 다를 따름이다. 눈만 내놓은 니깝(niqab)을 이상하게만 볼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불과 100년 전에는 규수들이 ‘장옷’으로 얼굴을 모두 가리고 다니지 않았는가. 우리는 빠르게 변하였고, 그들은 천천히 달라지고 있는 속도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던 아랍세계가 변화의 속도를 내기 위해 우리에게 손을 내밀며 다가오고 있다. 오랜 친구를 대하듯 진료실에서 만나게 될 연수생과 환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하자.
앗 쌀람 알라이쿰?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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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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