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2014.11.18 11:15:08

월요시론

2010년 마이클 샌델 교수가 한국 사회에 던진 화두 ‘정의(正義)란 무엇인가?’로 열풍이 불었고 2014년에는 광고에 나온 배우 김보성의 ‘의리(義理)’ 연기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열광하였다. 두 단어에 공통적으로 ‘의’가 들어 있고 신기하게도 치과치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의치(義齒)’에도 사용된다. 이 정도면 옳을 의(義)자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의’는 양 양(羊)과 나 아(我)가 합해져 ‘내 마음씨를 양처럼 착하게 하면 바른 길을 걷게 된다’라는 것에서 비롯된 문자라 한다. 다시 말하면 나는 절대 너의 양을 탐내지 않음으로써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다는 뜻이다. ‘의’가 상형문자라는 의견도 있는데 손(手)으로 무기(戈)를 이용하여 양고기를 고르게 잘라 나누는 모습이다. 즉 공정한 원칙에 입각한 분배를 통해 사회의 질서를 확립한다는 뜻이다.

한글 틀니와 영어 denture에 해당되는 한문 의치(義齒)를 한자의 뜻으로 알아보자. ‘옳을 의’로 해석하면 모든 이치에 적합하게 잘 만들어진 치아로 풀이되고 ‘해 넣을 의’를 대입하면 상실된 치아를 해 넣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가짜’란 뜻으로 설명하면 가짜이지만 본래의 치아와 거의 똑같은 치아를 제작한다는 말이다. 의형제(義兄弟)가 같은 의미를 갖는 단어이고 denture의 또 다른 단어가 ‘False tooth’이다.

샌델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치과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였는데 본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칸트 시대에 콩팥 시장은 성행하지 않았지만,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치아를 사서 자기 잇몸에 심었다. 18세기 영국 캐리커처 화가 토머스 롤런드슨이 치과 진료실 풍경을 그린 ‘치아 이식(Transplanting of Teeth)’에는 의사가 굴뚝 청소부에게서 이를 빼고 그 옆에서 돈 많은 여자들이 치아 이식을 기다리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칸트는 이를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았다. 누구도 “자기 팔다리를, 심지어는 치아 하나라도 팔 자격이 없다.” 이는 자신을 대상으로, 단순한 수단으로, 이익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행위이다.’

샌델 교수가 왜 이 그림을 예로 들었는지 좀 더 설명하면 동종이식을 위하여 수혜부를 먼저 시술받은 부인이 왼손에 smelling salts(암모니아 가스가 발산되어 코 점막을 자극함으로써 정신 차리게 하는 약)를 들고 있다. 반면에 허름한 옷차림의 아이들은 아픈 턱을 움켜쥐면서 치아를 팔고 받은 동전을 보며 치과 문을 나가고 있다. 공정함은 온데간데없고 차별만이 가득히 보여 매우 안타깝다. 최근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구강건강의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그림을 확대해서 자세히 관찰하니 출입문에는 ‘Most money given for “live” teeth’, 진료실 벽에는 ‘The dentist as dentist to the Empress of Prussia’ 문구가 적혀있다. 이 문구들은 내용에 약간의 변화가 있을 뿐 227년이 지난 지금도 마케팅이라는 명목으로 사용 중이다.

치과에서 정의란 무엇일까? 앞서 말한 ‘義’의 본뜻을 상기하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이다. 치과의사의 마음을 양처럼 착하게 하면 정도(正道)만을 걸을 것이고 절대 남의 양을 탐내지 않을 것이다. 저울과 검을 손에 잡고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 디케(Dike)처럼 공정한 원칙하에 개원 생활에 임하는 것으로 필자는 정의내리고 싶다.

박완서는 단편 소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에서 분단된 사회에서 느끼는 고통과 중압감을 틀니를 통하여 표현하였다. 날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정의로운 치과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에게 틀니의 무게를 줄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 훈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

권 훈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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