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2015.01.27 11:48:53

월요시론

무한도전에서 기획한 90년대 가요계를 돌아보는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란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회자되었다. 한 때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옛 모습 그대로 출연해 그 때 그 시절의 노래를 들려주었고 관객들 모두 자신들의 90년대를 추억하며 노래에 빠져들어 행복한 모습이었다. 20대였던 가수들은 이제 40대 중후반의 아저씨와 아줌마가 되었고 그들을 향해 환호성을 질렀던 관객들도 그렇게 그들과 함께 나이를 먹었다. 무대 위의 가수들이나 객석의 관객들도 모두 신나게 뛰고 노래했지만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듯 숨소리는 예전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함께 공유한 시간과 추억이 있었고 노래 한 곡에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분명 서로에게 좋은 시간이 되었다.

 치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어느 치과를 방문하건 우리는 앳된 모습의 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3년차입니다. 5년차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회초년생들이 병원의 중간관리자를 맡고 있으며 그보다 더 어린 신입 직원들이 수술실과 같은 진료실을 오가고 있다. 원장과의 나이차이는 점점 심해지며 직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도 마땅한 이야깃거리가 없다. 공적인 업무인 진료시간 외에 개인적인 소통을 위한 자리를 갖는 일은 점점 요원해지며 어느 순간, 함께하는 회식자리 조차도 기피하게 된다. 치과라는 작은 공간에서 하루 온종일을 함께 지내지만 어느새 소 닭 보듯 하는 관계로 정리되어 간다. 직원은 급여를 받고 일을 하고 있으며 원장은 일정 급여를 주고 일을 시키는 관계로 고착된 그들 사이에 추억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2000년 개원을 했던 필자의 첫 직원인 치과위생사는 장기간 함께 근무를 하다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며 퇴사를 하였으나 아이를 키우면서 시간제로 일정기간 또 다시 근무를 하였고 이제는 아이들이 많이 자라 복직을 진지하게 고민중이다. 함께 치과를 꾸미고 만들어나가던 시절, 모두 함께 놀러 갔던 여러 장소들, 그리고 그러한 추억들은 아직도 병원컴퓨터의 사진폴더에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서로의 미니홈피 등에도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우리 치과를 다니는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내원하는 평균기간은 얼마나 될까? 최근 들어 어린 시절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이 어느새 아이를 데리고 나타나는 경우 종종 발생한다. 그들의 어린 시절 모습은 내 컴퓨터의 환자 폴더 안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가끔 그 시절을 이야기를 화제로 담소를 나누기도 하며 그 와중에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갖고 싶다는 환자들도 더러 있다. 치과를 방문하여 치료를 받았던 순간들이 분명 그들의 지나온 삶에 있어 작은 추억이 되기도 할 것이다. 치과의사는 치과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어쩌면 인생의 많은 시간을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칫 단순반복에 지치는 일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직업적인 보람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 모습이 단순히 금전적인 이득만을 위한 직업생활에 국한된다고 한다면 아마도 가장 불행한 자화상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우리 치과의 대기실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치과도 추억의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기실을 바라보는 실장과 함께 세월이 어언 10년을 향해가는 중이며 진료실에는 그들의 학생시절까지 알고 있는 아줌마 치과위생사들이 여전히 나와 함께 한다. 우리가 함께 나눈 그리고 함께 할 추억들이야 말로 어쩌면 내가 가진 가장 큰 재산이다. 지금 내가 일하는 공간을 한 번 돌아보자. 시간이 흐른 후 같이 즐겁게 노래하고 공감하면서 함께 나눌 추억을 가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와 같은 그런 공간과 사람들로 채워져 가고 있는 것인지 한 번 쯤은 고민해 볼 일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창진 미소를만드는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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