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의 소통방식

2015.02.03 11:30:34

월요시론

사람이 말로써 표현 할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담배를 입에 물고 연기를 내뿜으로써 가슴속의 답답함을 표출할 수 도 있겠고, 또 불티나 라이터가 귀하던 시절엔 담배를 물고 있는 사람들끼리 불을 붙여주면서 모여서 서로의 심경을 토로 했었다.
직접 입에 물던 담뱃불을 빌려 불을 댕기는 모습은 인생살이의 살내음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사람사이를 가깝게 해준다.

겨울길을 이십여일 동안이나 안산합동분향소에서 팽목항까지 걷기 시작한 세월호 유가족분들도 답답함을 표현하는 행동이다. 걷고 있는 그분들께 따뜻한 차라도 대접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함께 걸을 수 없는 마음도 너무 아프다.
그 유가족 분들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서 진료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마음들이 조금씩 모여 특별법까지 제정하는 등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는데, 이러한 활동에 어깃장을 놓으려는 세력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철퇴를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마음의 대화는 어떤 결론을 만들기 위해 상대와 함께 논의하고 협력하는 과정이다. 대화는 질적, 양적으로 적당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야기 하고, 무엇보다도 관련성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대화 도중에 이견이 생겼다고 화제를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화제를 바꿔야 한다면 “우리는 이 점에서 생각이 다르군요. 일단 여기까지 논의하고요”라며 상황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상대방이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논쟁을 벌이다가 “당신 몇살 먹었어?”라며 논제를 바꾸곤 한다. 대화상황이 불리하다고 대화의 초점을 바꾸어 상대방을 찍어 누르는 것은 언어의 갑질 표본이며 인간에 대한 폭력이다. 수평적 대화훈련이 부족하고 우리자신의 대화습관에 알게 모르게 갑질이 녹아들어있는 것은 아닌지도 함께 성찰 하는 것이 좋겠다.
 
작년에 이어 연초에도 소통의 추락과 희생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데도 여전히 불통이다. 소통을 압도하는 불통이 오히려 최고층에서부터 편재적, 만성적 적폐로 똬리를 틀고 악취를 풍기고 있다. 불통이 불공정 차별을 주도해온 혈연, 지연, 학연, 돈에 못지않게 대한민국이 건강한 공동체로 발전하는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실망과 불신을 안겨주고 있다.

어린이에 대한 보육교사의 폭력과 학대문제는 단적인 사례다. 네 살 먹은 아이에게 김치를 먹지 않는다고 얼굴을 강타해서 나뒹굴어 넘어진 아이가 지속적 폭력을 또 당할까하는 공포심에서 다시 교사 앞에 서는 화면을 봤을 때 일상화된 폭력이 아니었으면 어린이로서 보이기 어려운 행동일 것이다. 자기보호능력조차 없는 이에게 저질러지는 야만적인 억압구조를 보면 나이가 적거나, 약자의 위치 혹은 낮은 지위는 진지한 소통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한국사회의 민낯이었다.
소통이 일방적인 전달이 아님을 알면서도 대화의 장이라고 말해놓고도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만 전달하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는 것이 착각임을 알아야 하는데 말이다.

마틴루터 킹 목사는 “사회적 전환기에 최대비극은 약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선한사람은 액면 그대로 ‘착한사람’이 아니고 ‘시대의 아픔을 외면한 지식인과 전문가들’이다. 그런 전문가들이 아직도 우리사회의 주류이고 그들만의 신기루를 만들고 있다. 불행하지만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앞으로 극복해야 할 쉽지 않은 우리사회의 숙제이다.

요즘의 사회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들 표현한다. 언론과 사회가 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거나 실력이 뛰어나도 승부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 운동장의 수평을 맞출 수는 없겠지만 현역시절 두 개의 심장을 가지고 뛰었던 박지성처럼 운동장 구석구석을 누빌 수는 있지 않을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정우 서울시치과의사회 25개구회장 대표

한정우 서울시치과의사회 25개구회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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