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齒牙)따라 삼천리(三千里)

2015.03.10 16:27:40

시론



아득한 옛날의 정취가 물씬 풍겨 나오는 ‘전설따라 삼천리’와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다. 전자는 15세 나이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후자는 24년 전통을 이어오다 잠시 휴식에 들어간 상태다. 두 프로그램 모두 예로부터 전해오는 전설 또는 민요를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발굴 채집함으로써 역사를 계승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존재이다 라고들 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이러한 다리 만드는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방송 제작자들처럼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역사와 혼을 집대성하는 작업은 언젠가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필자는 1973년 출판된 이한수 선생님의 ‘주말(週末)의 치과의(齒科醫)’와 지난 세밑에 발간된 ‘치아인문학’(한상국 저) 두 권의 책을 최근에 접하였다. 40년 묵은 책 냄새가 스며있는 도서에는 치과의사 25년 인생의 고지식(古知識)들이 켜켜이 쌓여있었고, 아직도 잉크 냄새가 가득한 책에는 치아에 관한 자료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어 필자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치아의 세계로 안내하였다.   

이한수 선생님은 우리나라 고유의 치과와 관련된 민속(民俗), 민요(民謠), 야화(夜話) 및 속담(俗談)등을 책에 포함시켜 어쩌면 영원히 잊혀질 수 있는 치과의사학적 자료들을 후학들에게 소개하는 다리가 되어 주셨다. 한편 한상국 선생님은 치과의사들에게 다소 생소한 분야인 고전에 언급된 치아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여 전문 직업인으로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외로운 길을 걸으며 명저를 선사해 주신 두 분의 저자께 감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방송 제목과 두 저자의 취미를 모티브 삼아 필자 역시 우리나라 지명(地名)중에서 치(齒) 또는 아(牙)가 사용된 곳이 있는지에 관하여 지적 호기심이 발동해서 알아보았다. 다행히 이러한 내용은 지금껏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고 두 권의 책에서도 빠진 목록이었다. 또 한가지 사실은 인터넷 검색의 도움을 받아 큰 수고로움 없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어금니 바위의 전설을 품고 있는 충남 아산(牙山), 고아읍 일대 전투에서 승리하여 후삼국 통일의 위업이 달성된 경북 구미의 고아읍(高牙邑), 영남의 관문이자 교통 요충지인 경북 김천의 아포읍(牙浦邑), 전북 완주군 초포면 우방리(牛方里)와 용진면 아중리(牙中里)가 전주에 편입되면서 만들어진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牛牙洞), 섬의 모양이 흰 상어의 이빨같다고 붙여진 백아도(白牙島)는 공식적인 지명이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백아리다.   

산의 지명에도 아(牙)자가 사용되었다. 두 개의 봉우리 사이로 달이 뜨면 마치 달의 어금니처럼 보인다는 진주 월아산(月牙山),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그려진 영암의 서쪽에 있는 대아산(大牙山)과 소아산(小牙山)과 산의 형상이 코끼리 어금니와 같이 생겼다 하여 지어진 상아산(象牙山)은 인천과 울산에 있다.

마지막으로 치과의사 버킷리스트에 꼭 넣어야 할 여행지로 다음의 장소를 추천하고자 한다. 봄에는 진주 월아산의 철쭉과 진달래 꽃구경을, 여름에는 인천 백아도로 피서를 떠나거나 우아동에 인접한 전주 덕진공원의 연꽃 축제를 보러가고, 가을에는 고아읍이 있는 구미 금오산에서 단풍 놀이 후 김천 평화시장에서 아포국밥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 겨울에는 아산 온천에서 진료에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어보면 어떨까 싶다.   


권 훈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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