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면서 치과계에서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사전 정지 작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남북 교류에 있어서 치과계의 역할과 비중은 두말할 나위 없다. 북한 주민의 생활에서 가장 낙후돼 있는 분야가 의료이고, 그 중에서도 치과 진료를 위한 기자재나 구강위생용품의 경우 언제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지점이다.
하지만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치과계 대북 사업은 사실상 가장 큰 동력을 잃어버렸다. 대북 교류의 특성상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형태의 물꼬를 트기 전까지는 접근의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그동안 치과계가 대북 사업을 향한 열망과 내재된 역량을 외면한 채 지내왔던 것은 아니다.
탈북 새터민 대상 치과 진료 등을 꾸준히 이어온 데다 특히 지난 1월 이동진료버스를 국가대표 선수촌에 급파,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선수촌에 입촌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의 급성 치수염을 치료하며 남북 관계에 훈풍을 불어넣기도 했다.
특히 올해 4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이후 상호 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기존 채널은 물론 새로운 대북 사업의 가능성들이 치과계 내부에서도 꾸준히 대두되고 있다. 당장 남북 치과의료 교류가 재개되면 치협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이동진료버스를 확대해 북한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대북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원활한 대북 사업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물, 요소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김철수 협회장이 이병무 평양과학기술대학 치의학대학원 학장을 만나고, 또 남북구강보건의료협의회가 오는 14일 ‘남북보건의료 교류협력에서 치과계의 책임과 역할’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여는 것도 이 같은 노력과 의지의 일환으로 읽힌다.
독일 통일 당시 민간 차원의 의료 교류 사업이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 데 큰 역할을 했듯 우리 치과계 역시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에 바짝 다가 서 있다.
이른바 통일 시대를 앞둔 치과계의 가치와 비전은 억지로 해야 할 숙제 같은 건 아니다. 다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가 가져야 할 역사적 책임, 그리고 치과의사의 본령에 기대어 오롯이 각인해 나갈 공통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