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최근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은 의료기관 내 폭언, 폭행에 대한 사례별 대응방안은 물론 의료기관이 정당하게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범위가 제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하지만 유권해석을 토대로 ‘정당한 진료거부 범위’를 제시했다. 환자 또는 보호자가 의료인에 대해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는 상황을 형성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없을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구체적으로는 ▲폭언 ▲욕설 ▲고성 ▲협박 ▲폭행 ▲물건 집어던짐 ▲진료실 난입 ▲기물파손 등이다.
가이드라인은 또 관련 처벌규정이 지난 4월 23일자로 더욱 강화됐음을 강조했다.
종전의 경우 의료법 제12조 제2항 및 제3항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했다. 하지만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의료법 제12조 제3항을 위반한 죄를 범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특히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의료법 제12조 제3항을 위반한 경우, 형법 제10조 제1항(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이 적용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사실상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은 故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을 비롯해 최근 연이어 발생한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된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폭력 관리 현황 및 개선 과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80.6% 달했으며, 이 중 폭언이 62.6%, 폭언을 동반한 폭행이 36.8%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으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이제라도 의료기관 내 폭언·폭행사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가이드라인 만들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무엇보다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거부 범위를 제시함으로써 다소나마 의료인이 본인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