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사는법" 삶의 경험치 ‘만렙’ 예비 치과의사

2020.04.14 18:42:09

해병대 장교, 삼성전자 연구원, 멘사 회원, ‘서울대 정선생’ 유튜버
서울대 치전원 4학년 정영우 “사람 냄새 나는 치의 되고파”
유튜브 수익 전액 장학금 기부, 장학재단 설립 꿈 꿔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일하던 27살 청년이 입사 일 년째, 삭발 한 채로 회사에 출근했다. 새 도전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며칠 뒤 사직서를 던졌다. 그에게 망설임이란 없었다. 현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본과 4학년 정영우 군의 이야기다.


정 군의 이력은 다채롭다. 명문대 공대, 해병대 장교, 삼성전자 연구원, 멘사 회원 등. 별 위기 없이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법하지만,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만 하더라도 게임에 중독된 학생이었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 성적이 밑바닥이었다.

 


“어느 날 무기력한 현실에 대한 유일한 돌파구가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고,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미친 듯 공부해 연세대 공대에 입학했죠. 돌이켜 보면 지난 삶 하나하나가 기적이었죠.”


그 후 정 군은 도전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SBS 스타킹 출연, 50cc 스쿠터로 전국일주 등. 다른 사람이 만류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은 꼭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새로운 경험에서 오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새 도전은 두려움을 동반하긴 하지만 막상 해내고 나면 피와 살이 돼요. 게임 레벨을 올리듯 삶의 경험치가 오르는 기분이에요.”


정 군이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치과의사에 도전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의 행동에 혀를 차던 사람들도 있었다. 여러 사람이 선망하는 기업을 퇴사하고, 굳이 위험을 감수했느냐는 것.


“일에 재미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어요. 퇴사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이 재미없는 직장 생활을 몇십 년 동안 해야 한다는 현실이었어요. 혹자는 회사는 돈벌이 수단이고, 재미는 밖에서 찾으라고도 해요. 그러나 내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인데 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었어요. 또 어떤 선택을 해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직업에 자신이 예속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직업이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가 정 군의 직업 선택 철학이었던 것. 그렇다면 과연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그에게 재미를 줄 수 있을까?


“재미가 없어서 퇴사했다고 하면, ‘치과의사는 그러면 재밌을 거 같냐?’며 되묻는 분도 있어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죠. 치과의사의 노동강도가 높고, 사회 진출을 앞둔 졸업생으로서 개원가 경영난에 대한 두려움도 있죠. 아직 치과의사가 된 것은 아니기에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치대 실습이나 기공 등 손으로 하는 일이 저와 잘 맞고 재밌어요. 특히 지난 직장인 경험이 비교 대상이 되기에, 치과의사로서 만족도가 더 높으리라 생각해요. 자신 있습니다.”


본과 4학년인 현재, 정 군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대 정선생’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버 활동을 하며 수험생들에게 입시 상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시작한 지 1년 남짓이지만 벌써 구독자 수가 5만 명을 훌쩍 넘겨 6만 명을 목전에 뒀다.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유튜브 수익 전액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제공하고 있다. 자신도 수험생 시절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만큼 베풀고 싶다는 취지에서다. 그 밖에 누나와 함께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 치과의사의 길을 걸으면서도 자신이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일들로 삶을 채워나가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사람 냄새가 나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어요. 과잉 진료 등 이따금 전해오는 치과의사의 비윤리적 행동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치과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싶어요. 또 막연하지만 미래에는 장학재단을 만들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처럼 늘 도전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최상관 기자 skchoi@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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