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량 방사선으로부터 전신을 보호할 수 있는 나노입자 합성 보호제가 개발됐다. 방사선 촬영이 많은 치과에서의 활용이 기대된다.
박경표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구강생리학교실) 연구팀과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현택환 단장(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이 방사선 조사 시 유발되는 과량의 활성산소를 극소량의 투여량으로도 제거할 수 있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박사과정의 이상우 대학원생이 주축으로 연구에 참여했다.
암 진단 및 항암 치료에 있어 방사선 이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방사선 조사는 인체 내 물 분자를 분해하며 과량의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활성산소는 세포에 손상을 입히고, 심각하면 죽음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방사선 분해로 생기는 과량의 활성산소를 빠르게 제거해 체내 줄기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방사선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방사선 보호제는 아미포스틴이 유일하다. 그러나 아미포스틴은 전신이 아닌 타액선의 손상만 제한적으로 예방할 뿐 아니라 독성에 의한 부작용 우려가 있다. 또 고농도로 투여해야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나고, 그 마저도 30분 내로 분해되어 사용에 제약이 있어 왔다.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 박경표 교수 연구팀은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나노입자에 주목했다. 세륨산화물(CeO2)과 망간산화물(Mn3O4)은 패혈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활성산소 관련 질병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방사선 보호제로 활용하기 위해 다량 투여하면 체내에서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투여량 최소화가 관건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나노입자의 구조를 제어해 활성산소 제거능력을 향상시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세륨산화물 나노입자 위에 망간산화물 나노입자를 증착시킨 형태의 나노입자를 제작했다. 두 나노입자의 격자 차이로 인해 망간산화물 입자 내의 격자 간격이 벌어지고, 이에 따라 표면 흡착에너지가 조정됐다. 결과적으로 합성된 ‘세륨-망간산화물 나노입자’는 세륨산화물 나노입자보다 항산화 성능이 최대 5배 이상 높아졌다.
인간 소장 오가노이드를 사용해 합성된 나노입자의 방사선 보호 효과를 분석한 결과, 나노입자 투여로 방사선으로 인한 DNA 손상, 세포자살, 스트레스 등 부작용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으며, 세포 재생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이 증가했다. 또 동물실험을 통해서도 효과를 입증했다.
박경표 교수는 “합성된 나노입자가 임상에 적용될 수 있도록 높은 항산화 성능을 입증하는 동시에 생체 독성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이번에 개발된 활성산소 제거 나노입자는 타액선과 같은 특정장기에서 뿐 아니라 다양한 장기에서 높은 활성산소 제거능 및 체내 줄기세포 손상을 최소화 하는 것을 보여준다”며 “장차 두개악안면 영역에서의 방사선 치료는 물론 인체 내 다양한 장기에 대한 방사선 치료, 그리고 항상 피폭 위험성이 상존하는 원자력 관련 산업, 엑스레이 촬영이 많은 치과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IF27 이상의 해당분야 최상위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IF27.398)’에 온라인 공개됐으며, 8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