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표류하는 치과 민간요법 ‘활개’

  • 등록 2021.05.12 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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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 구멍에 마늘 갈아서 메우면 치통 사라져요”
유튜브 조회수 수십만 건, 부적절한 정보 무차별 확산
국민구강건강 해악 치과불신 부추기는 악영향 우려

 

“충치 구멍에 마늘을 갈아서 메우면 치통이 사라져요.” “치아 미백을 하려면 바나나껍질, 레몬, 상추를 이용하세요.”


과학적 근거가 불명확한 치과 관련 민간요법이 인터넷을 표류하고 있다. 


치과의사가 아닌 이들이 유튜브, 블로그 등을 통해 갖가지 민간요법을 설파하고 있는 것인데, 환자에게 잘못된 지식을 심어주거나 치과에 대한 불신까지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구독자 약 3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A씨는 ‘충치·치통, 집에서 하는 간단 치료법’이라는 영상을 통해 마늘을 빻아 충치 구멍에 메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마늘의 ‘알리신’ 성분이 살균·항균 작용을 한다며 나름의 과학적 근거도 덧붙였다. 이 영상은 현재 조회수 27만 건을 달성했으며, 댓글 400여 개가 달리는 등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한의사도 가세했다. 한 한의사는 구독자 4만여 명을 보유한 B 채널에 나와 “치통이 있으면 죽염을 물고 자라”거나 “구강 점막 염증에는 감자즙, 밀순녹즙, 느릅나무 껍질 등이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해당 영상도 조회수 4만 건을 기록하는 등 관심을 모았다.


이 밖에 인터넷에 떠도는 민간요법을 살펴보면 '이가 시릴 때는 마늘즙으로 입을 헹궈라', '치주질환 예방을 위해 굵은 소금으로 이를 닦아라', '치아 미백에 식초, 레몬, 베이킹소다, 상추, 바나나껍질 등을 이용해라' 등이 있다.


명확한 과학적 근거는 있는 것일까. 치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민간요법은 개인의 단편적 경험이 부풀려진 것일 뿐,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지적한다. 또 잠시 효과를 거둘 수는 있으나 근본적 치료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치과 방문을 늦춰 질환이 악화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실제 피해 본 환자 사례도 몇몇 감지된다. 민간요법이 소개된 영상이나 게시물에는 “알려준 대로 했다가 치통이 더 심해졌다”라는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조현재 교수(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는 “치아마모·부식 등을 고려하면 추천하기 어렵다”며 “치과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이런 민간요법이 알려지는 듯 해 착잡하다”고 우려했다.


이연희 교수(경희치대 구강내과)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치료법을 우상화해 환자가 치과 치료를 경원시하게 만들어 적절한 진료 시기를 놓치게 할 위험도 있다. 올바른 정보 전달과 홍보 활동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과 약리학 전문가인 김영진 박사는 “이런 식의 정보 전달은 국민 구강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오늘날 과열된 유튜브 조회 수 경쟁으로 인해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수적인 의료 콘텐츠까지 무분별하게 침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치과 개원의는 “게시물의 조회 수를 위해 자극적인 글을 올려, 제도권 의료에 대한 불신을 부추긴다”며 “의학에 관한 정보만큼은 많은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단속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상관 기자 skchoi@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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