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치과 현장으로 진입하다

2021.11.10 15:36:08

시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화두는 인공지능(AI)일 것이다. 향후 5년 안에 국가 AI 기술 수준이 국가 부(富)의 순위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진다. AI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현재 거의 모든 분야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치과와 치의학 분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인공지능은 질병의 정확한 분류와 진단, 환자와 질환의 재분류 등 다양한 용도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AI와 치의학 분야는 접목 시 상호 발전의 가능성이 높고, 임상 현장에서는 이미 AI의 도입이 시작되었다.


1956년 미국에서 개최된 다트머스 회의(Dartmouth Conference)에서 인간처럼 생각하는 컴퓨터에 대해 ‘인공지능’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제안되었다. 컴퓨터를 이용한 추론, 탐색, 특정 문제에 대한 해답 제시가 가능하게 되면서 제1차 인공지능 붐이 일어났다. 냉전(Cold war)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91년까지 미국과 소련, 양측의 동맹국 사이에서 갈등과 긴장, 경쟁이 지속된 대립 시기를 일컫는데, 이 시기에는 자연어 처리에 의한 기계 번역이 활발했다. 안타깝게도 이 당시 AI수준으로는 AI가 인간의 현실적인 삶에 접목되어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지 못하였고,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힌 인간 질환의 진단과 치료의 문제를 푸는 것 역시 불가능 하였다. 이러한 AI의 비현실적인 면이 부각되어 오히려 1990년대에는 이 분야는 깊은 침체기를 맞이하기도 하였다.


2000년대 중반, 캐나다의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는 컴퓨터 제어 기술과 성능의 향상을 연구하여 ‘딥러닝(deep learning)’을 발표하였다. 딥러닝 기술 덕분에 AI는 다시 부흥기를 맞이하며, 실생활에서의 AI 적용의 급속도 확대, 산업분야의 실용적 응용, 그리고 인공지능과 치의학계의 접목이 가능케 되었다. AI의 분야는 인공지능 ⊃ 머신러닝 ⊃ 딥러닝의 관계를 이룬다. 이전의 머신러닝은 기계에 데이터를 입력해 학습하게 하고, 데이터에 내재된 특성이나 패턴을 기계가 발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말한다. 머신러닝은 인간이 사물의 특징을 미리 컴퓨터에게 학습시켜주는 것이고 통계학의 넓은 범주에 포함된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비교적 근래에 등장한 딥러닝은 인간의 지시 없이 AI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므로 가장 발달된 형태의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딥러닝은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여 수많은 네트워크로 구성된 신경망 구조를 기반으로 하며, 수학적 논리학 접근에 기반한 이전의 AI 기술을 확실히 뛰어넘는다.


치의학 분야와 AI 접목으로 인한 치과진료의 변화 및 성장 가능성을 살펴보자. 딥러닝의 일종인 합성곱 신경망은 치의학 분야의 질환을 성공적으로 감지 및 분류하는데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파노라마 방사선 영상과 일반 X-ray, CBCT, CT, MRI 등 영상자료와 임상자료에 기반하여 AI는 충치의 존재 유무, 악골의 병변 진단, 턱관절 골관절염 및 악골의 골다공증 조기 발견, 치근단 병소의 감지, 치아 수복 재료의 경도 측정, 법치의학적인 연령 감정과 추정 등에서 유용하다는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앞으로 치의학의 더욱 다양한 세부 분야에서 AI는 적용되어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치과의사, 치의학 분야의 임상가와 연구자는 인공지능을 배워야 할까? 우선 모든 치과의사가 AI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이 기술의 원리와 내용을 개략적으로 알아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배우고 알아야 한다. 치의학 분야의 AI 도입은 세 가지 이점을 지닌다. 첫 번째, 방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양의 임상 자료, 영상 데이터, 다량의 논문의 정보를 처리하는데 있어 인간의 시간 활용의 제한, 기억력의 한계, 육체적 피로의 누적 등을 극복할 수 있다. 두번째, AI로 진단 정확성이 높아진다. 특히 딥러닝은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나가며 데이터의 어떤 부분에 주목하여야 정확도를 높이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향상시킨다. 세번째, 결과의 신뢰도가 높다. 같은 치과의사라 해도 개인마다 지식의 깊이나 너비가 차이가 있고, 축적된 정보나 경험치가 달라 진단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AI는 개인의 선입견이나 기타 편향에서 기인하는 오진이 최소화된다. 특히 희소 질환의 경우 전 세계의 데이터를 모아 AI기술을 적용한다면 인간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진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치의학 분야에서 AI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아마도 AI의 능력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이며, 진단과 치료에서의 AI 활용은 어떤 수준까지 나아갈 것이며, AI가 어떤 영역에서 얼마나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지가 아닐까? 2045년경부터는 AI의 능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환자가 먼저 진단과 치료에 AI의 적용을 요구할 시대가 눈앞에 있다. 우리 분야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 능동적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나갔으면 한다. AI 기술은 분명 기존의 소모적이고 번거롭던 작업을 줄이고, 진단의 정확도를 증가시키며, 진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강점을 가진다. AI가 우리 분야에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잡아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도전적인 노력과 정교한 연구가 더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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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경희치대 구강내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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