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던 불법 원격 교정…국내 진출 이미 시작

  • 등록 2022.02.03 09: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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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앱·메신저로 진료 상담, 교정기 배송
문제됐던 미국 투명교정업체 S사 방식 본떠
치과계 긴장, 대국민 홍보 성명 등 대책 골몰

모바일앱을 통해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교정기를 배송해 준다.

 

코로나19로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를 틈타 전 세계 확산 우려를 낳았던 투명교정 원격 진료가 이미 국내 진출이 시작된 것으로 최근 포착됐다.


업체와 환자가 연결돼 원격으로 교정 치료가 이뤄지는 데다 치과의사의 역할이 사실상 배제될 방식이라는 점에서 부실진료 우려를 낳고 있다.


‘합리적인 비용’을 전면에 내세운 원격 투명교정 업체가 국내 투명교정 시장에서 본격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데,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 ‘○○덴트’, 또 오는 5월 본격 서비스를 시작하는 ‘○○이트’ 등이 바로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들이 제공하는 투명교정 서비스의 핵심은 업체와 환자 간 직접 소통으로 교정 치료가 이뤄진다는 데 있다.


즉 치과의사의 직접 진료를 거치지 않고도 투명교정 장치를 제작해 처방한다는 것인데, 특히 업체 측은 교정 진료 절차를 간소화해 약 200만 원에 해당하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환자는 교정 진료를 처음 시작할 때 단 한 번만 업체에 방문에 3D 구강 스캐닝을 하면 된다. 이후 업체에 소속된 치과의사 판단하에 환자에게 투명교정 장치가 처방된다.


본격적으로 교정이 진행되고 나서는 별다른 방문 없이도 환자가 자신의 구강 사진을 찍어서 전송하고,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업체와 소통하는 방식으로 원격 진료가 이뤄진다. 이처럼 실시간으로 환자의 치료 과정을 점검하고, 투명교정 장치를 환자의 집으로 순차적으로 배송해 준다는 구상이다. 또 투명교정 장치 외에도 미백키트, 리트렉터 등도 함께 배송해 준다.


# 미국 내 부작용 사례만 7년 간 1800건
이들 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12개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의 유명 투명교정업체인 S사의 방식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S사의 서비스를 이용했던 환자의 부작용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소비자 보호기관인 ‘BBB(Better Business Bureau)’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접수된 부작용 건수만 1800여 건이다. 같은 기간 보고된 기존 투명교정 장치의 부작용 건수가 5건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명백한 차이를 보인다.


상당수가 교정기 파손이나 배송 지연에 따른 것이지만 이 중에는 치아 수십 개가 부러지거나 신경이 손상되는 등의 심각한 사례도 포함돼 있다.


때문에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각국 치과의사 그룹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미국치과교정학회(AAO)에서는 S사에 대한 소비자 경보를 발동했고, 또 치과의사·의사·약사 출신의 미국 국회의원 9명이 미식품의약국(FDA)과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서한을 보내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해당 업체의 관행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지지했다.


홍콩과 싱가포르치과협회에서도 S사를 위시한 ‘DIY Treatments’ 업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었다.


치협 국제위원회 역시 지난해 세계치과의사연맹(FDI)에 발송한 ‘NLO Report’를 통해 해당 서비스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지속적인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었다.


# 국내 치과계도 ‘긴장’ 대책 골몰
원격 교정의 국내 진출이 우려가 아닌 이미 현실이 된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2022년 업무계획에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할 것을 공식화했다. 치과계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지난해 S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던 대한치과교정학회 측도 “물밑에서 국내에 이런 업체가 준비 중인지는 몰랐다”며 “여러 홍보 루트 등을 이용해 대국민 계도 등을 계획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창주 치협 치무이사는 “원격으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데 분명히 한계가 있다. 가령 인접면충치의 경우는 엑스레이를 찍지 않으면 알 수 없는데 이 경우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라며 “진료는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게 원칙이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뒤따른다. 그러나 원격 진료는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대다수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진균 치협 법제이사도 “S사가 수많은 소송이 걸려있는 폐해를 알고도 불법 원격 교정 진료를 하겠다는 업체로 인한 피해가 생겼을 시 대책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정확한 법적 근거는 따져봐야겠지만 현행법상 불법인 원격 진료로 볼 수 있다.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갈 것이며 제2의 투명치과 사태가 벌어질 수 있으므로 초기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상관 기자 skchoi@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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