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 등록 2022.02.28 10: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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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60년대에 태어나서 70년대와 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내고 90년에 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 서투른 손으로 환자를 보기 시작한지가 벌써 30년이 훌쩍 지난 때를 살고 있다. 매일의 일상이 된 병원 출근과 진료 속에서 지내면서는 내 나이를 실감하지 못하다가 코로나 시국이라 비록 온라인으로 모이긴 하더라도 치과모임에서 이제는 치과계에서 선배님들 보다는 후배님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알고 있던 지식들은 이제 세월이 흘러서 구식이 되어버리고, 최신의 지견을 익히려면 몸과 마음이 잘 따라가지를 못하는 것을 체감하면서 한숨을 쉴 때도 있다. 비단 치과적인 것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그러하다.

 

예를 들면 요즈음 화두인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 컴퓨터로 만들어 놓은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최첨단 기술)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아바타를 활용해 단지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SF작가의 소설에서 언급되면서 처음 등장했고, 2003년 출시된 3차원 가상현실 기반의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초고속의 인터넷, 모바일망의 상용화와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확산되기 시작했음 기술이 발전과 더불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온라인 추세가 확산되면서 감염의 위험이 없는 메타버스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일상에서 포켓몬 고 같은 현실과 가상이 겹쳐지는 증강현실 개념, 스마트 밴드 등의 현실의 정보를 저장, 분석하는 것, 아바타 같이 나를 대신해주는 가상현실 상에서의 개체 등이 모두 큰 개념으로 메타버스에 포함한다고 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시점에서 학교 등의 교육기관은 메타버스를 도입하여 인터넷 가상 세계에서 입학식, 학교 행사를 진행하고도 있고 회사를 위한 메타버스 오피스도 탄생해서 회사원들은 마치 게임처럼 가상의 오피스에 자신의 캐릭터를 두고, 동료와 이야기하거나 사내 미팅을 가질 수 있으며 캐릭터간 거리가 멀어지면 목소리도 잘 안들리는 현실감까지 느껴진다고 하니 나름 실제 오피스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으로 상상하기 힘든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의료계에서도 최근 경희의료원이 직접 기획·제작한 메타버스 플랫폼 3종을 동시에 오픈하며 시범운영에 나섰다는데 환자 및 가족은 물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가상공간 정보놀이터’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고 의료와 일반인간의 보다 친근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목적으로 구축했다고 한다. 치과계에서는 디지털 스캔작업과 3D 프린팅 작업으로 구강인상채득을 하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등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다. 이런 개념에 대해서 우리 세대는 마치 공부하듯이 접근해야 하지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가상의 세계에서 게임을 즐기고 태어나면서부터 SNS를 통해 친구들과 소통하며 컴퓨터, 장비에 대해서 친숙한 신세대 선생님들은 가상 세계나 신기술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다. 그래서 진료실의 환경도 그에 걸맞게 구축해두고 환자 상담시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맞춤으로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치과계에서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세대교체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적응을 해나가야겠지만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 이제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들고 태어나는 그 이후 세대가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될 2030년 경쯤에는 지금과는 또 다른 과학적 기술발달이 우리 주위를 둘러쌀 것이다.

 

이런 차이에 대해서 힘이 부치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제는 치과 진료실 안에서의 디지털화가 점점 영역을 넓히게 되는 것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와의 교류와 소통은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만이 아닐 것이다. 분명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공존하며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해주고 배려하면서 지낸다면 최신기술에 능통한 선생님들은 그런 방법을 활용하고 미처 그렇지 못한 우리들은 경험과 전통적인 방법을 주로 사용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배우면 성공적으로 환자와의 관계를 유지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매일 바쁘게 살아가면서 밤의 길이가 낮보다 긴 요즈음에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시인이 된다고 했던가? 문득 내 나이를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함께 열심히 가기만 하던 길 멈추고 잠시 치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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