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하는 작업

2022.03.23 14:32:26

김여갑 칼럼

대선이 있었다. 그전에도 시사평론가라는 사람들이 TV에서 토론을 벌렸지만 대선기간동안의 토론은 더 열정적이었다. 그러나 점점 보지 않게 되었다. 그들의 얼굴을 보면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알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옳고, 그름은 없었고, 자신들의 진영 논리만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에 맡겨놓으면 될 일도 방송 채널이 많다보니 이 사람, 저 사람 돌려가면서 결론 없는 이야기들을 매일 반복했다. 당선자가 결정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안 될 것이라고 말한다. 평론가들이라고 하지만 토론이 아니고, 일률적으로 자기 진영을 웅호하고,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이야기였다. 당선자 측에도 분명히 뜻하는 것이 있을 텐데 부족한 점이 보였다면 보완까지는 못해주더라도 좀 기다려보면 안 되나? 끝까지 못하면 자신들이 다시 이길 수 있을 텐데. 나라 걱정 때문에 못 기다린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평론이란 사회 전 분야에 대해 평가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를 생각해볼 때 필자는 치의신보의 평론은 기본적으로 치과계의 전 분야에 대해 평가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였고, 더하여 치과계가 속한 의료계의 타 전문분야와 비교 평가하는 작업도 포함될 것으로 생각해왔다. 필자가 현재 치과의사로 환자를 진료하고는 있지만, 현직에서 물러나 대외적 활동에 한계가 있고, 치의신보 등 치과계 전문지를 통하여 소식을 전해 듣다보니 치과계에 긴급한 현안문제에 대한 파악이나, 치과의사들의 평균적인 생각을 알기가 쉽지 않았다.

 

필자 주위에는 60~70대의 배경이 비슷한 치과의사(의사나 일반인)들이어서 생각이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하여 수련의부터 필자 또래까지 150여명이 있는 모임방에 치과계가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이 어떤 것이 있는지 의견을 달라고 글을 올렸는데 그렇게 활발하던 곳에 답이 하나도 없었다. 갑자기 겁이 났다. 왜 그럴까? 나(필자)는 글 쓰는 기회가 주어지면 당연히 내 생각을 쓰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치과계가 반대하더라도 내가 환자의 입장이라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면서 나의 의견을 써왔다. 혹시 이런 것 때문에 선배(필자)가 욕 먹을까봐 걱정이 되어서 그랬을까? 대학에 있을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은 있다. “교수님, 너무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젊은 사람들은 생각이 다를 수 있어요.” 그러면 필자는 “그래, 그럴 수 있겠네.” 하고 말을 줄인 적도 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젊은 친구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달라고 한 적이 더 많은 것 같다. 이것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조용히 내 일만 잘하면 되지. 치과계 일은 회장 등 일 맡은 사람들이 잘할 거야. 내가 신경 쓸 것 없지.”라고 생각하고 관심이 없는 것일까? 그래서 회장이 밤낮으로 뼈 빠지게 일하는데도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봤다. 궁금했다. 그리고 겁났다. 아무도 관심 없는 평론을 혼자 쓰고 있지는 않은지. 아무래도 많은 것을 이해하기 위하여 필자의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이번 대선에 4차례의 토론회가 있었는데, 필자가 들은 치과관련 사항은 마지막 토론회에서 일생에 임플란트 보철치료 2개에서 4개로 늘린다는 건이었다. A후보가 자기는 임플란트 보철치료 개수를 4개로 늘리는 것을 찬성하는데 B후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니까 다른 중요한 일이 많다면서 확답을 하지 않았다. 필자의 생각에 임플란트 보철치료 확대는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들의 복지 향상, 무엇보다 중요한 (구강)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당연히 이뤄져야하는 것인데, 대머리 치료를 위하여 건강보험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A후보에 의하여 스쳐지나가 듯 임플란트 보철치료 문제가 거론되니 전신건강을 위하여 첫 번째로 중요한 식생활 개선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 대머리 치료와 동급으로 취급을 받게 된 것 같아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질문했던 후보는 선거에서도 패했으니 임플란트 보철치료 확대 공약이 평가절하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당선된 B후보가 다른 문제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 것이 생각난다. “해야만 하는 일이다.”라는 말이 생략되었지만, “이것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 외에 치의학연구원에 관한 문제가 오래전부터 이야기 되고 있다. 필자도 이에 대해 글을 쓴 일이 있지만 좋은 목적을 가진 치의학연구원을 만드는데 우리 회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까? 회장단이 국회의원들을 만났다는 소식을 치과 전문지에서 몇 번 본 일이 있다. 그렇게 하면 만들어지나? 국회의원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면 전임 협회장들 중에 여, 야를 가리지 않고 필자도 놀랄 정도의 인맥을 갖고 있는 협회장도 있는데,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일반 우리 회원들 중에도 국회는 물론 신문, 방송 등 언론계에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치로만 가능한가?

 

과연 우리 회원들이 치의학연구원이 지역 발전,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민들의 건강 증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기존의 학술단체와는 어떻게 다른지, 11개 치과대학의 연구기관과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이들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는지 등을 포함한 창립 목적에 대하여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치의학연구원 설립준비위원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의 활동을 들어본 적이 없다. 홍보를 통해 항시 회원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원들이 자신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기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야한다. 의학계도 있고, 한의학계에도 있으니까 우리도 만들어야한다고 하면 이해될까? 이미 말했지만 치과계 기존의 치의학관련 연구기관의 연구가 우선 충실히 되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가 얼마나 많은지도 알려야한다.

 

악재도 있었다. 사업체 한 간부의 대선 관련 갑질이 있었다고 하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치과계 업체였다. 되지도 않을 저급한 갑질이었다. 악재는 연속된다고 한다. 치과계의 위기다.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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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갑 천안충무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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