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2022.03.30 15:38:29

황충주 칼럼

2022년도를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4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 우리 주변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국내적으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30여만 명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20대 대통령선거를 치렀고 국제적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많은 사상자와 생활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눈물 나는 전쟁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양대 후보 모두에게 제기된 도덕성 문제와 범죄 의혹으로 누가 얼마나 좋은지를 판단하는 선거가 아니라 누가 덜 나쁜지, 싫은지를 따지는 비호감 선거전이었고 거기에 가족이나 배우자 리스크에 대한 각종 의혹이 더해지면서 네거티브 선거 양상은 진흙탕 싸움이 되었다. 특히 선거운동 내내 지역, 세대, 성별, 계층 간 사람들의 의견이 양극화로 더 심해져 분열과 갈등이 계속되었다. 매일 언론에 보도되는 숱한 의혹 제기와 흑색선전으로 오르내리는 지지도를 보면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피곤하고 혐오감마저 느끼게 했다. 이런 것은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는 대통령 후보들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이 세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창피한 일들이었다. 어쨌든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했고 정치개혁보다는 정권교체를 택한 국민의 심판으로 국민의 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0.73%의 역대 최저 득표율 차이로 당선이 확정되었다. 진실은 있는데 거짓말이라도 목소리가 큰 사람이 주장하면 사실이 되고 내로남불로 본인과 자기편만 옳고 권모술수로 이기면 정의가 되고 패자는 복종해야 했던 사회를 바로 잡고 공정과 상식이 통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화합하는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고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끊임없이 물으며 나이를 먹어간다. 세계적인 에세이스트인 로버트 풀검은 어느 유치원 입학식에서 '내가 유치원에서 배운 것'이라는 제목으로 작고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삶의 기본이 되는 진리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 내용은 모인 사람들의 뜨거운 공감과 호응을 얻어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가 각종 매체에 소개되고 미국 국회에서도 낭독되는 열풍을 일으켰고 마침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은 1988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래 34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무려 97주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다. 전 세계 103개국에서 31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무려 1,700만 부가 팔리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고 2018년 출간 30주년을 맞아 20여 편의 글을 덧붙여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다. 그 내용 중 일부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무엇이든지 나누어 가져라.

- 정정당당하게 행동해라.

- 남을 때리지 말아라.

- 사용한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놓아라.

- 네가 어지럽힌 것은 네가 스스로 치워라.

-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아라.

- 남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때는 반듯이 미안하다고 말해라.

- 밥 먹기 전에는 손을 씻어라

- 화장실을 쓴 다음에는 물을 꼭 내려라.

- 따뜻하게 데운 과자와 찬 우유가 몸에 좋다.

- 균형 잡힌 생활을 해라. 배우고 생각하고 날마다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놀기도 하고, 무엇이든지 날마다 조금씩 일을 해라.

- 오후에는 꼭 낮잠을 자라.

- 밖으로 나갈 때는 차 조심하고 옆 사람과는 손을 꼭 잡고 서로 의지하라.

- 세상의 경이로움을 느껴라. 컵에 든 작은 씨앗을 기억하라. 뿌리가 나고 새싹이 나서 자라지만 아무도 어떻게, 왜 그렇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의 삶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

- 금붕어와 애완용 쥐와 흰 쥐, 그리고 심지어 일회용 컵 안에 심어놓은 작은 씨앗조차도 모두 다 죽는다. 우리도 언젠가는 죽는다.

 

위와 같은 내용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어쩌면 다 아는 뻔한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른다. 이들 항목에서 아무것이나 하나를 골라 고상하고 세련된 단어로 고쳐서 우리들의 가정, 직장, 정부 또는 세계에 적용해보면 그것은 모든 경우에 적용되고 분명해진다. 너희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의 황금률, 도덕, 예절, 평등, 개인위생과 바람직한 생활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이 속에 들어있다. 우리는 알아야 할 것들이 매우 어렵고 끝없이 많다고 하지만 사이좋게 지내라는 기본적인 예의, 질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 같은 핵심은 어렸을 때 이미 배웠다. 우리가 나이를 얼마나 먹었던, 세상 밖으로 나갈 때는 서로 손을 꼭 잡고 의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이다. 혼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으며 바깥세상에서의 삶은 위험하고 외롭고, 사람에게는 누군가가 필요하고 늘 함께여야 한다. 저자는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계속 다시 배우게 된다. 강의, 백과사전, 성경, 회사 규칙, 법, 설교, 참고서 등 훨씬 복잡한 모습으로 말이다. 이렇게 생은 우리가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제대로 아는지, 실천하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 희망은 늘 경험을 이기며 웃음만이 슬픔을 치유한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믿는다’라고 얘기한다.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이 세상을 산다면 인간은 도덕적이고 규칙을 지키며 살아야 하며 ‘정정당당하게 행동하고 남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때는 반듯이 미안하다고 말해라’는 것만 실천했어도 대통령 후보들의 삶과 선거 과정은 이렇게 혼탁하지 않았을 것이고 ‘남을 때리지 말고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비참한 전쟁 소식은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질서가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가 어릴 때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실천만 잘해도 따뜻하고 아름답고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는 때때로 그 기본조차 잊어버리거나 실천하지 못할 때가 많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충주 연세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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