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아 멈추어다오

2022.05.02 10:22:45

Relay Essay 제2498번째

얼마 전 여수에 다녀왔다. 새벽 6시부터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이끌며 짐을 꾸리고 차량에 몸을 맡겼는데 이 만큼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그간 바빴던 일상을 내려놓고 훌쩍 떠나는 여행은 이렇게나 행복하구나 싶었다. 힐링이란 이런 것일까?

 

인터넷을 통해서나, 또는 말로만 듣던 여수 밤바다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에 아침부터 들떠있었다. 문득 어릴 적 들었던 ‘초록바다’의 노래 중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이라는 구절이 떠올랐는데, 사실 이 노래는 나 같은 ‘어른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노래가 아니었나 싶었다.

 

여수는 집에서 의외로 멀었다. 6시간이나 걸렸는데, 가는 길 중간마다 창밖에 비춰진 하늘을 보기도 하고 잠이 쏟아진 탓에 쪽잠을 자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는 길마다 펼쳐진 풍경들을 내 눈에 조금이나마 더 담아둘걸 하는 아쉬움도 있다. 일상으로 돌아오니, 마치 구운몽을 겪은 것 마냥 한 순간 꿈이었던 느낌이 들고 있어서다.

 

여수로 가는 도중엔 옆으로 갈라진 산을 지나가며 봄의 느낌을 완전히 몸으로 받았다. 멀리서 보이는 새싹 하나부터 그득한 나무들까지 봄의 양기가 느껴져 기분마저 상쾌해졌다. 절로 휘파람이 나오니 너무 좋은걸?

 

여수에 도착하고 장을 봤다. 배가 고팠는지 게장과 불고기에 눈이 돌아가 밥 한 공기를 금새 뚝딱 해치우고 숙소에 들어가 짐을 정리했다. 이때 흡사 방탈출이라는 게임을 끝낸 기분이 들었다. 온갖 비밀의 방으로 둘러싸인 곳을 벗어나 마침내 밖으로 나오는, 후련함이 가득찬 느낌이 들었다.

 

짐정리가 끝난 후엔 밖으로 나와 크루즈를 타고 바람을 쐤다. 커다란 배가 물살을 가르며 바람을 일으키는데 참 이럴 때 만큼은 청춘이 좋다 싶었다. 뭔가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자연의 경관을 몸소 체험하고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하나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는 바비큐와 함께 술을 한잔했는데, 지인들과 함께하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한참을 떠들고 웃었는데, 너무나 즐거웠다보니 이대로 평생 힐링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음날 숙소에서 눈을 뜨고 난 이후에는 칼국수와 육전김밥, 쫄면까지 먹었다. 벌써 여행 마지막 날이라 아쉬움이 많았는데 카페에 가서 바다구경을 하니 잠시나마 그 생각을 잊을 수 있었다. 특히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도 평안해지는 듯 했다. 모든 것을 다 잊고 잠시나마 느끼는 나그네 같은 삶. 물론 기공소에서의 일상도 좋지만, 한 번쯤은 나그네의 삶을 사는 것도 좋다고 본다. 아마도 아직까지는 청춘의 피가 끓다보니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치과에서 근무 중인 사람들은 아마 다 한번쯤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뻥 뚫린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난 그런 생각이 든다. 인생엔 쉼표가 있어야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삶이지 않은가 싶었다.

 

집에 가는 길,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면서 머릿속에 풍경이 아른 거렸다. 상쾌함을 건졌으면서도 이대로 행복감을 계속 누리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마음이려나 싶었다. 그러다보니 집에 가는길 하루종일 그 생각이 들었다. 시간아, 멈추어다오!

오세훈 치과기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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