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주 전 토요일, 여느 토요일과 다름없이 봉사활동을 하러 종로로 향했다. 특별할 것 없는 토요일이었고 봉사활동이었다. 화이트보드에 적혀 있는 귀여운 문구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화이트보드에는 영락없는 어린 아이의 삐뚤빼뚤한 글씨로 ‘미소를 조금 지어주세요☺’ 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내 추측이건데, 종종 치과위생사 선생님을 따라오는 8살배기 아드님이 써 놓은 듯 했다.
미소를 조금 지어주세요. 써진 모양새는 너무 귀여운 아이 글씨체였지만, 날카로운 펀치를 맞은 느낌이었다. 어린 아이에서 본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회색빛이었으면 미소를 지어 달라는 말을 했을까?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어린 아이의 순수한 글씨체가 괜히 그 문장에 힘을 더했다. 공격을 받고 되돌이켜보니 미소를 잃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웃음이 많은 현장이기는 하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치과에서 미소를 잃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생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소를 조금 지어주세요’라는 그 한마디는 요즘의 일상 전체를 돌이켜보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니 요즘 ‘피곤하다’, ‘짜증난다’ 라는 말을 쉴 새 없이 했던 것 같다. 핑계라고 둘러대보면, 학교가 대면으로 거의 전환이 되면서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서 지내게 되고, 동아리 활동도 활발해지면서 휴식을 취할 시간이 현저하게 적어졌다. 피곤하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했다. 특히, 얼마전에 친한 오빠의 결혼 소식에 학부 시절 친했던 친구들을 만났는데, 내 얼굴빛이 어두워졌다는 말을 들었다. 내 일상에 미소가 옅어진게 분명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기뻐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기쁘다는 말이 문득 생각났다. 여유없는 일상에 미소 짓기 힘들지만, 그럼 미소를 지어서 마음에 싱그러운 봄바람을 불어넣어보려 한다. 사실 벌써 오늘 아침에도 피곤하다는 말을 5번은 해버린 것 같지만, 아직 하루는 한참 남았으니 남은 하루는 미소로 맞이해봐야지! 일단 옆 짝꿍에게 피곤하다는 말은 멈추고, 더 즐겁게 대화하는 것으로 시작해봐야겠다.
미소에 대한 시 한편으로 마무리를 해보려 한다. 선물처럼 만났던 서울역 스크린도어의 ‘미소꽃’이라는 시다. 미소만큼 강한 무기는 없다. 오죽하면 미소라는 단어를 보기만해도 마음이 몽글하게 피어오르지 않나. 역동적인 웃음과는 또 다르다. 미소는 더 편안하게 경계를 늦추도록 한다. 이 시 한편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선생님들도 따뜻해지는 마음을 느끼고, 그 따뜻함으로 주변을 포근하게 만들길 바란다!
미소꽃 (임승우, 시민공모작)
가끔 보여 지는 것이
나를 설레게 하더라.
자꾸 보고 싶은 것이
나를 설레게 하더라.
그 희고 찬란한 것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내게도 피었더라.
아무노력없이
아픔을 잊게 하더라.
단 한 번의 피어남으로
기쁨을 안겨주더라.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