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치과 공공의료 최전선이 위태롭다

2022.06.29 20:11:50

고양시 보건소 치과의사 3인 해고 논란 일파만파
사각지대 방치된 공공 치과의사, 실태조사도 전무
치협 불합리한 근로계약 지적, 처우 개선 강력 촉구

 

공공 구강보건의료의 최전선이 위태롭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 소재 3개 보건소에서 근무하던 치과의사 3인이 동시에 계약 해지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중순 지역 사회 전반에서 공론화가 이뤄지면서 구강보건의료의 공백을 우려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특히 치과계는 해당 보건소들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 행태와 불합리한 근로 계약 실태에 대해 공분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비단 고양시에 국한된 것이 아닌, 공공의료 속 치과 진료의 존립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사건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경기지부(회장 최유성)는 한의사회와 공조해 지역 국회의원을 면담하고 관내 보건의료인 단체와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대처에 나섰다.

 

치협도 지난 6월 22일 열린 제33차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공공의료 종사 치과의사의 고용 불안정성을 지적하고 실태 조사 및 처우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배치만 하면 끝? 인력 구성 ‘제각각’

이처럼 치과 공공의료가 위기에 처한 데는 전문직 인력에 대한 시대착오적 처우와 고용 행태가 결정적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지역보건법은 보건소에 최소 1인 이상의 치과의사를 배치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배치’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고용형태에 관한 조항은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실질적 고용은 지자체나 보건소에 일임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고양시에서 발생한 해고 사태의 원인 또한 이런 느슨한 고용 규정에 있다. 고양시는 조례에 따라 보건소 근무 의료인력 일부를 업무대행 형태로 운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업무대행이란 고양시장과 의료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한 의료인이다. 문제는 해당 계약이 통상적인 근로고용이 아닌, 사업자간의 위탁·수탁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계약 기간 또한 갱신형으로 최초 계약 시 2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재계약해야 한다. 즉, 위탁자가 원한다면 통상 1년 단위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매우 불합리한 조건이다.

 

인력 구성 기준도 모호하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보건소(수정·중원·분당)의 경우, 치과의사는 각 보건소당 1인으로 동일했다. 하지만 치과위생사는 인구수가 가장 많은 분당구(약 48만 명)가 3명인 데 반해, 그보다 인구수가 2배가량 낮은 수정구(약 23만 명)는 7명에 달했다.

 

고용형태 역시 불균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성남시 보건소의 경우 치과의사는 3개 구 모두 기간제 형태로 고용돼 있지만 치과위생사는 총 13명 중 공무원 2명, 정규직 2명, 공무직 4명, 임기제 3명, 기간제 2명 등 비교적 안정적이고 폭 넓은 구조로 편성돼 있다.

 

즉, 의료법상 지시자인 치과의사가 보건소 현장에서는 피지시자인 치과위생사로부터 행정·조직적 측면 등에서 관리·감독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고용형태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영향은 실무를 넘어 보건소장 등 치과의사의 공공 분야 요직 진출 현황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기준 치과의사 보건소장은 전무하지만 치과위생사는 7명에 달한다.

 

#정확한 근로형태 조사, 개선 첫 걸음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첫 단추는 치과의사 고용형태에 관한 정확한 실태조사다. 보건복지부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보건소 근무 치과의사는 303명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들의 고용형태에 관한 정확한 실태조사는 부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구강보건사업기본계획 개발 방안 연구에서도 일반 치과의사와 공중보건 치과의사의 현황만 파악했을 뿐 고용형태나 근무환경 등에 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소 배치 치과의사 현황은 있지만, 근로형태나 조건에 관한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별도의 조사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같은 왜곡된 고용형태 때문에 치과의사들의 공공분야 진출이 제한적이고, 그 여파가 결국 과도한 경쟁으로 돌아왔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21년 기준 256개인 전국 보건소에 3명씩의 치과의사가 근무한다고 가정한다면 전체 치대 1년 입학정원과 맞먹는 수치가 나온다. 치열한 개원 경쟁 구도를 해소할 완충장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지역 A 치과의사는 “고용안정만 이뤄진다면 공공의료 발전에 뛰어들 치과의사들이 상당히 많겠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치과의사의 진입 자체가 힘들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개원 중심 세태를 향한 죽비소리도 나왔다. 경기도의 B 치과의사는 “공공부문에서 치과 영향력이 줄어든 데에는 정부의 무관심이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대부분 개원에 치중된 치과계의 분위기도 일부 되돌아봐야 할 여지가 있다”며 “이번 고양시 보건소 사태가 치과계 전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관련 실태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천민제 기자 mjreport@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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