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

  • 등록 2022.07.06 13: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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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갑 칼럼

필자는 대학을 정년퇴임한 지 10년을 향해 가고 있다. 정말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대학에서 병원장과 학장의 보직을 마치고, 60이 될 무렵 자유로운 마음으로 “두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을 때”라는 제목의 자서전에 준하는 책을 발간하였다. 정년이 5년 남았을 때이지만 인생을 120으로 잡고 반환점을 돈다고 생각하고 60에 썼다. 60前에도 그랬지만, 남은 5년 동안에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만한 논문을 기대하기도 어려웠고, 필자의 논문이 꼭 필요하다면 인터넷을 검색하면 다 볼 수 있을 테니까 굳이 논문들을 책으로 묶어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를 答하기 위하여 필자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대학과 병원에서 지내면서 경험했던 일, 국내외 학회에 참석하여 느꼈던 일, 해외 연수 시 공부하면서, 또 사람을 만나면서 기억되는 일,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청탁을 받아 그때그때 時流에 따라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들을 중심으로 썼던 글, 이외에도 여러 곳에 써왔던 글들을 모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을 내기로 한 것이다. 나름 한 권의 책으로 엮어졌다. 두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는 말은 대학과 사회에서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60이후 5년 동안 (더) 재미있는 많은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대한치과마취과학회 회장을 시작으로 대한치의학회 회장 겸 대한치과의사협회 학술담당 부회장을 하면서 명목뿐인 치의학회장에서 각 분과학회의 학회 등에 참석하거나, 대토론회를 거쳐 임상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등 여러 관련 분과학회가 함께 공동 작업을 진행했고, 통합에는 실패했지만 임플란트 학회의 통합을 위해 수십 차례 회의를 거쳐 대통합을 위한 공동학술대회의 개최 및 치협 주최로 만 명이 넘는 학술대회를 처음 개최했었고, 일본과 몽골치의학회와 협력관계를 맺는 등 국제 관계를 넓히기 시작했고, 일본을 통해 치의학회의 역할을 배우는 기회도 있었다. 이수구 회장을 중심으로 FDI를 유치하기 위하여 싱가폴과 브라질 세계치과의사연맹(FDI) 총회와 학술대회에 참석하여 기어코 브라질 총회에서 유치에 성공했을 때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 등 대학 생활이 중심이던 필자에게는 또 다른 세상을 보게 하였다. 그래서 60이후의 경험을 추가할 방법도 찾았었지만 그 5년은 함께 했던 사람들과 같이 맘속에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대학의 업무와 학회 참여를 통해 여러 나라를 다녀 봤으나, 이와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단편적으로 예를 들어 구강악안면외과 레지던트 1년차 때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서울대, 연대, 경희대 학생 4명과 싱가폴에 APDSA(아시아태평양치과대학생회의)에 참석하여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던 기억도 있고, 우리도 마찬가지이지만 학회가 그 나라의 명소에서 많이 열리는데, 필자는 학회를 통해 지구의 끝에서 끝을 보았다고 말하는데, 유럽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정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 브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구강악안면외과학회(IAOMS)에 참석하면서 이과수폭포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번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면서 인접 국가의 빅토리아폭포를 보았다. 미국 연수 시 봤던 나이아가라 폭포를 포함하여 세계 3대 폭포를 다 볼 수 있었다. 만난 사람만도 폭포수만큼이나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책에도 있듯이 이 같은 즐거운 기억을 뒤로 하고 정년을 맞았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정년이후에도 지금 만큼의 삶이 남아있다. 우리의 마음속에서 긍정적인 무엇인가를 끄집어내어야 우리 주위를 밝게 하고 우리도 그 속에서 밝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크로키 3장)와 집사람(인물화와 수채화)은 정년퇴임 시 2人 전시회를 하자고 했었다. 이제 그 시간은 지났고, 못했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누가 먼저 갈지는 모르겠지만 장례식 때 하루, 이틀이라도 전시회를 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같이 떠난다면 며느리에게 부탁할까. 아마도 전시회를 열 수 있다면 장례식장 초유의 일이 될 것 같다.

 

 

얼마 전 TV에서 몇 분의 할머니가 소개되었다. 이 중에 한 분은 항상 그림을 그리시는 95세 할머니(앞의 2장)로, 그 아들은 그림을 그리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그림을 그리시는 만큼 생각도 건강하시고, 그릴 수 있을 만큼 몸이 움직이고 계시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어머니의 건강을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하게 그림을 계속 그리시면 좋겠다고 말하였다. 다른 한 분은 75세 할머니이신데, 70세부터 손자가 자라나는 모습을 그림(후반 4장)으로 그리기 시작하셨는데,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판하면 좋겠다고 제안까지 하여 작업 중이라고 하였다. 그림을 순차적으로 보면 그리시는 실력도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부럽다.

 

 

이 이야기를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 회원들 중에도 그림이나 글에 관심이 있는 회원이 많을 것 같은데, 젊은 회원들은 자신들의 자녀에 대하여, 연세 드신 회원들은 손자, 손녀에 대한 기록을 지금부터라도 남겨놓는다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 능력은 갖고 있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회원들도 있을 것 같다. 필자의 집사람도 옛날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시작을 못했었다고 하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재능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즐거움을 찾은 듯하였다. 필자도 치매에 좋을 것 같다고 권장하고 있다. 요즘 해외 출장 나가있는 아들 가족이 귀국하면 거실에 걸 수 있도록 아들 가족을 그리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치의신보 55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행사의 중요 순서에 필자가 욕심내는(?) 올해의 수필상 시상식이 있었다. 제목이 ‘나이 듦에 대해’(김경숙 원장 작품)이었는데, 타지에 나와 열심히 공부하여 치과의사가 되었음을 감사하고, 오늘의 내가 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 감사하는 그리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글로써 표현했듯이 여러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더하여 “하늘에서 온 편지”는 1년 반 사이에 어머니, 아버지를 모두 잃은 필자의 마음을 더욱 울컥하게 하였다.

치과의사로 충실함은 물론 여러분의 재능을 찾아내어 더 넓게, 더 깊이 자신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여갑 천안충무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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