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마음대로 안되네요

2022.07.20 12:54:40

스펙트럼

공중보건의사 때는 음악한다고 적지않은 월급을 마이너스까지 탕진하다가, 드디어 처음 자산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대표 원장님 항상 감사합니다! 이 돈으로 무얼 할까 고민하다, 처음으로 주식에 투자해보았습니다. 주변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굉장히 늦은 시작입니다.

 

친구들은 수년 전 학생 때부터 주식이니 코인이니 하면서 열심히 경제에 관한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주식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우실 것 같습니다. 네. 증시가 안 좋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막 들어갔습니다. 바닥인 줄 알고 들어갔습니다. 망했습니다. 오늘도 증권 앱을 켜고 제 월급이 실시간으로 사라지는 걸 보고 있습니다. 대표 원장님 죄송합니다...

 

진료는 꽤 안정되었습니다! 4개월 차가 안정되었다고 하면 웃긴 이야기 같지만요. 진료를 혼자 해내는 건 참 재미있습니다. 멀리서 거타퍼챠를 던져도 쏙 들어갈 것 같이 잘 확대한 #36의 4개의 Canal 구멍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환자분 입에 제 머리를 집어넣듯 집중하고 프랩한 뒤, 익스플로러로 마진을 확인했을 때 잘 형성되어 있으면 참 행복합니다. (제 기준) 어려운 매복 사랑니 Surgical 발치도, X-ray 상에서 미리 계획한 대로 성공하면 굉장히 뿌듯합니다! 전치부 심미레진도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정말 재밌습니다.

 

물론 그간 실패한 진료도 정말 많습니다. 특히 저의 곰손으로는 신경치료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로 환자분께 참 죄송한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문제가 생겨서 오신 환자분들을 보면, X-ray 상에서도 정말 예쁘게 충전되어있는데 아프시다는 분이 있습니다. 정말 놀라울 만큼 성의 없이 신경치료 되어있는데도 멀쩡히 잘 계시는 분도 정말 많습니다. 참 세상일이 마음대로 안 되나 봅니다. 주식도 그렇고 진료도 그렇고 이게 참 제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질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생각한 대로 흘러가게 하는 게 실력이라는 거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없는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뭔가 어릴 때 아버지가 하던 말을 이제 제가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요즘은 무섭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어디까지 하늘에 맡겨야 하는지 모르니까요. 이게 제가 실력을 갖춘다고 해결될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정말 많은데, 생각대로 안 된다면 정말 슬플 것 같습니다. 특히 개원 말입니다. 철로만 밟고 기차처럼 달려오다가, 마지막 역을 지난 것 같습니다. 이제 광활한 평지 앞에 서있는 듯한 상황은 제게 참 두려운 감정을 줍니다.

 

모든 페이 닥터 선생님들은 개원하면 대박 날 거로 생각한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매출이 잘 나오는 치과에서만 페이 닥터를 고용하기에, 잘되는 치과에만 있다 보니 본인이 하면 더 쉽게 더 잘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고 합니다. 초보 자영업자가 대박 맛집에 가게 되면, 단점만 본다고 합니다. 그 단점들만 고치면 본인 가게는 더욱 대박 날 거라는 건 대단한 착각이라고 백종원 대표가 말했습니다. 물론 현실을 냉정하게 잘 분석하시고 미리미리 잘 준비하시는 (대박 날) 초년차 원장님들도 많겠지만, 스스로와 친구들을 보면 저 착각은 사실인 듯합니다. 단톡방에서 나중에 대박 나면 그 돈으로 뭐할지만 궁리합니다. 개원하면 큰돈을 만질 것 같은 희망으로 사는 불쌍한 우리들입니다.

 

유튜브나 세미나 사이트를 이용해 다양한 술식들을 익히고 있습니다. 제가 했던 술기들도 다시 보며 스스로 피드백도 해봅니다. 다른 원장님들께서 각종 커뮤니티에 직접 올려주시는 임상포럼 글들도 잘 읽고 있습니다. 초보 임상의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임상 포럼들은 인쇄하여 보관하며 보기도 합니다. 세상일이 참 마음대로 되지 않겠다만은, 최소한 실력이라도 갖춰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최선을 다해보고 실패하면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런가요. 내일도 열심히 진료를 봐야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공감하시는 모든 원장님들 화이팅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은욱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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