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저수가 치과, 뿌리 뽑을 방법은 없을까? 회원들은 치협 주도의 할인 명시 의료광고 금지, 자율징계권 확보 등 직접적인 해결책부터 보험 수가 인상을 도모하는 우회적인 방안까지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회원들은 개인적으로도 기본진료에 충실하고 경영 차별화를 고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창간 56주년을 맞아 치과의사 500명을 대상으로 특집 기획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저수가 치과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을 물었다. 응답자의 62%가 ‘개원시장 포화로 인한 경쟁 악화’라고 답했고, 이어 21.3%가 ‘일부 치과의사의 이기심’이라고 말했다.
과반수 이상이 저수가 치과 난립 핵심 원인을 치과의사 수의 점진적 증가라는 구조적 측면에서 찾고 있으며, 다섯 중 한 명은 인간 본성인 이기심을 지목한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치과의사 수는 지난 2010년 2만2083명에서 2020년 2만9419명으로 10년 새 7000여 명 이상이 늘어났다. 그 결과 매년 수백 개의 치과의원이 새로 생겨났고, 올해 3분기 기준 전국 치과의원 수는 지난 2018년 대비 무려 1136개 늘어난 1만8804개를 기록했다.
이에 일부 회원들은 ‘저수가 치과는 결국 계속 안고 가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라고 체념하거나, 혹은 ‘인레이 하나보다 못한 임플란트 비용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하거나, 심지어는 ‘정말 힘들다. 체면 때문에 저수가를 하지 못한 게 후회되기도 한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내고 있었다.
# 비급여 수가 광고 불법 필연
과당경쟁에 의한 생존 절벽의 끝에서, 회원들은 저수가 치과 파훼법으로 무엇을 손꼽고 있을까? 본지는 ‘저수가 구조 개선을 위해 치협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함께 물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보다 강력하고 직접적인 제재를 요구했다. 응답자의 21.3%가 ‘수가 또는 할인 명시 의료광고 금지’를 강조했다. 19.7%는 치협의 ‘자율징계권 확보’를 요구했고, 17.3%는 ‘과도한 환자 유인 및 알선 치과 고발’을 손꼽았다. 이들은 ‘저수가는 자유지만, 불법 광고는 규제돼야 한다’, ‘결국 환자는 광고를 보고 치과를 찾아온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개원의 A원장은 “저수가 치과 징계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측면에서 비급여는 곧 시장 자율의 질서를 존중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 저수가 치과를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이들은 독버섯처럼 계속 자라나 결국 치과계 전체의 재앙이 될 것이다. 따라서 치협은 앞장서서 적극적 제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이와 관련해서 연속성 있는 정책기조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본 진료 충실·경영 차별화로 저수가 극복
장기적으로 저수가 운영 현실적인 어려움 닥칠 것
의료 질 향상 도모 치과신뢰도 상승으로 접목해야
# 보험수가 개선 절실
응답자의 25%는 ‘건강보험 수가 인상’이라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비급여 진료에서 저수가 문제가 필연적이라면, 그 대안으로 급여 수가를 올려 전체 가격 기준치 상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와 관련 ‘수가 비정상이 결국 치료 비정상을 유도한다’, ‘현실적 측면에서 보험수가를 개선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잇따랐다.
B원장은 “환자들로부터 ‘나라에서 하는 보험 임플란트가 저렴하다던데요’와 같은 문의를 종종 받는다. 또 저가 임플란트 광고 중에는 보험수가를 마치 비급여 수가처럼 언급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일단 보험 임플란트 수가 자체를 높일 수 있어야 전반적인 시장 가격 기준도 상향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7.4%는 ‘올바른 치과 의료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중요하다고 대답했고, 7.2%는 ‘정부의 비급여 통제 정책 시정’을 요구했다. 기타 의견으로 개원시장 포화라는 핵심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치대 정원 감축, 위임진료에 대한 처벌·포상제도 수립, 윤리교육 강화, 자본 유입에 의한 박리다매를 부추기는 사무장 치과 및 자본조달형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제재 요구 등의 목소리도 있었다.
C원장은 “예전에는 거의 모든 치과가 잘 됐었다. 그런데 지금은 치과의사의 은퇴는 적고, 신규 치과의사는 과다하게 배출되고 있다. 와중에 치과의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다 보니, 시장 논리에 의해 저수가 문제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저수가 치과 난립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치과대학 정원 감축 방안이 특히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D원장은 “수가가 점점 낮아지는 흐름 그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외부 자본을 융통해 저수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사무장 치과와 MSO 치과에 대한 제재 방안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대대적인 고발과 수사까지도 진척시켜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응답자 61% ‘어려워도 저수가 안한다’
이처럼 대다수 회원들은 저수가 치과 난립 원인으로 치과의사 수 증가에 따른 ‘치킨게임’과 인간 본성에 의한 ‘이기심’을 손꼽았지만, 문제 해결 방안으로는 치협의 다양한 노력을 고르게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회원들은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저수가라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개인적으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실제로 응답자 중 약 61%가 저수가 정책을 펴지 않는 이유를 물은 질문에 ‘의료의 질’과 ‘치과 신뢰도 하락’을 지목하는 등 의료인으로서의 본령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회원들은 개인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저수가 치과를 극복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9%가 ‘기본진료에 충실’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본 충실한 진료정신 강조 희망 엿봐
본립도생, 즉 기본이 바로 서면 나아갈 길이 보인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이들은 ‘치과는 할인마트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지녀야 한다’, ‘긴 안목으로 보고, 의료인의 양심으로 의료 질 악화를 고민해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그토록 어렵고 힘든 공부를 왜 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와 같은 의견을 냈다.
경영 차별화와 자기만의 특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절반에 가까웠다. 응답자의 14.9%가 ‘특정 진료 강화로 차별화 선택’을 꼽았고, 11.5%는 ‘환자 상담 과정에 역량 집중’을, 11.3%는 ‘고급화 전략을 통한 차별화’를 강조했다. 7%는 ‘진료 시스템 개선’, 5.2%는 ‘환자 리콜 및 관리 시스템 정비’, 0.4%는 스탭 업무 효율적 재배치가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그 외에도 위임진료를 근절하기 위한 개인의 자정적 노력도 중요하다는 의견 등도 잇따랐다.
E원장은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경영도 우선 자기 성향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저수가 치과도 아무나 운영할 수는 없다. 게다가 젊은 개원의들은 앞으로 수십 년을 더 진료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환자를 유입시키기 위한 방안도 의미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이미 관계를 맺고 있는 환자를 떠나보내지 않기 위한 노력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환자 충성심을 높이기 위한 직원교육 등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