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싼 가격 환자몰이 저수가 치과 “오늘만 보고 산다”

2022.12.07 17:41:57

“나만 잘 살면 된다” 인터넷 기반 저수가 마케팅
진화하는 임플란트 공장 시스템 환자 판단 현혹
대기실 가득찬 환자…전광판엔 5만 개 식립 홍보
창간특집Ⅰ 르포 - 치과 생태계 붕괴 30만 원대 임플란트 전쟁

 

“요즘 인터넷 보면 ○○치과 임플란트가 저렴하다고 유명하죠? 그런 데서 수술하셨다가는 큰일 납니다. 큰일 나.”

 

서울 강남 지역에서 성업 중인 저수가 치과 상담팀장의 첫마디다. 상담을 시작하자마자 그는 최근 공격적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펼치는 저수가 치과들의 실명을 일일이 나열하며 원색적인 폄훼를 서슴지 않았다.

 

○○치과는 실력도 없는 페이닥터가 시술한다, ××치과는 저가 임플란트를 사용한다, △△치과는 ‘먹튀’ 가능성이 높다 등등 오직 환자 유인에 치중한 그의 상담을 듣고 있으니, 의료기관이 아닌 흔히 다단계라고 불리는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를 방문한 기분을 느꼈다. 또 이는 현재 서울 강남을 진원지로 치과계 전반의 지반을 붕괴시키고 있는 ‘저수가 치과’의 생존 암투가 얼마나 치열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올해 30만 원대 초저가 비급여 임플란트를 표방한 치과가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속속 등장해 치과계의 충격과 우려가 폭증하고 있다. 해당 치과들의 경우 사무장 치과,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통한 자본 유입, 환자 알선·유인 등 불법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다수 포착돼 주변 개원가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평온하게 진료를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 마케팅을 기반으로 전국 각지에서 환자몰이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이 같은 저수가 치과는 치과의사 과잉 공급, 개원 경쟁 과열화, 의료플랫폼 난립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이미 붕괴 중인 치과의료 질서를 더욱더 심각한 수준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도화선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자는 지난 11월 21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에 걸쳐,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분포한 저수가 치과 여러 곳을 직접 내원해 진료 및 상담을 받아 봤다. 이를 통해 환자의 입장에서 저수가 치과의 현주소를 생생히 조명해 보고자 한다.

 

# 환자 몰린 저수가 치과 오싹한 마법

제일 처음 문을 두드린 치과는 현재 서울 강남 지역에서 30만 원대 임플란트로 가장 핫(?)하다는 A치과였다. 특히 A치과는 개원 후 불과 1년 만에 임플란트 식립 누적 기록이 5만여 개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A치과가 입점한 건물은 지난 2021년까지는 호텔로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A치과를 포함해 안과·성형외과·산부인과 등이 입점한 메디컬 빌딩으로 변신한 만큼, 규모나 시설 측면에서 기존의 저수가 치과들보다 한발 더 진화한 형태라는 인상이었다.

 

더욱이 A치과는 ‘임플란트 집중 진료’를 특성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타 저수가 치과 대비 고령 환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환자 중 고령 환자 비율이 다른 대형 저수가 치과의 경우 7대 3 수준이었다면, A치과는 9대 1 이상으로 보였다.

 

A치과는 전용면적 100평대 빌딩에서 4개 층 전체를 사용 중인데, 각 층마다 용도를 비교적 명확히 구분해 필요에 따라 환자를 분산 및 이동시키고 있었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과’라는 이름의 최신식 의료 컨베이어벨트에 올라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진단에서 기자는 신환으로 짐작되는 60대 남성과 함께 상담을 받았다. 이때 기자가 측정한 원장의 체어 타임은 1인당 불과 2분 남짓. 이 밖에 “질문이나 가격 상담은 직원과 나누시라”고 안내한 뒤 곧장 자리를 떠나는 원장의 태도에서는 단 1초도 낭비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어진 직원과의 상담 결과, A치과가 내세운 30만 원대 임플란트는 뼈 이식 등을 제외한 비용이며, 기타 예상되는 부대비용을 모두 포함한 실제 치료 견적은 60~80만 원대 수준일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를 오싹하게 만든 지점은 ‘30만 원’이라는 낮은 임플란트 수가가 아니었다. 바로 ‘군중심리의 마법’이었다. 수십 평 규모의 대기실을 가득 채운 동료 환자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으니, 일반 시민 대비 경계심이 높은 기자조차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진료를 받는데 무슨 문제가 생길까’라는 묘한 안도감을 느끼게 됐다. 데스크 옆에 비치된 전광판에 기록된 10만여 명의 방문객과 5만여 개의 임플란트 식립 현황은 환자들의 불안감을 날려버리는 최적의 ‘레퍼런스’처럼 느껴졌다.

 

 

경남 김해서도 상경 치료 지방 환자 유치 나섰나?

진료 대기실 지방환자 잇따라 목격 저가 마케팅 전국 확산

임플란트 제조 단가 낮아지고 있어 치료비 할인 행사 변명

규모 작은 일부 치과도 따라하기 “주변 때문에 어쩔 수 없어”

 

 

많은 저수가 치과가 인터넷 등 각종 마케팅을 통해 환자 모집량 증대에 주력하는 것은 단순한 매출 증대뿐 아니라, 이 같은 군중 심리에 기댄 노림수도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특히 A치과의 경우, MSO를 통한 기업 상장 여부에 대한 풍문까지 확산하고 있는 만큼 기존 저수가 치과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편도로 3시간 걸려 왔다”

이 같은 분위기는 A치과뿐 아니라 인근의 30만 원대 임플란트를 홍보하는 B, C치과에서도 유사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치과들은 A치과보다 상대적으로 소규모지만 이들 또한 유니트체어를 20대 가량 운용하는 대형 치과였다.

 

앞선 A치과와 마찬가지로 B, C치과 또한 인터넷 기반의 저수가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었다.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고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지방에서 원정을 나온 환자도 일부 목격됐다.

 

이 가운데 B치과에서는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상경했다는 70대 여성 환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편도로 3시간이나 걸려서 이곳을 찾아왔다”며 “임플란트 비용이 워낙 비싸서 고민 중이었는데, 소개를 통해 이곳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소개자가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정상적이지 않은 환자 유인·알선행위가 개입됐음을 에둘러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담 결과 B치과 또한 30만 원 임플란트는 골이식 등을 제외한 비용일 뿐 실제 수술비는 환자 상태에 따라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2배까지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고 안내했다. 이에 대해 B치과 상담 직원은 “환자 상태에 따라 임플란트 비용이 추가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다른 치과보다 저렴한 것은 명백하지 않느냐. 그냥 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C치과는 저수가 임플란트가 치과 간 출혈 경쟁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료 후 상담에서 “주변 치과보다 임플란트 수술비가 저렴한 이유는 무엇인지, 병원 경영에 지장은 없는지” 기자가 질문하자, 상담 직원은 “임플란트 제조 단가 자체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환자 보상 차원에서 치료비 할인 행사를 하는 것”이라며 “우리 병원은 직원 가족이 내원할 만큼 안정적이다. 일부 저수가 치과에서 먹튀 사례가 발생한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 치과는 다르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현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치과 경영 컨설팅 전문업체 위즈벤의 임은경 대표는 “임플란트 납품가는 개별 치과마다 차이가 있어, 정확한 기준을 세우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최근 들어 눈에 띄게 하락한 바는 없다”며 “더욱이 힐링 어버트먼트 재사용 금지 등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임플란트 1개 식립에 소요되는 전체 비용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느끼는 치과가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 뒤처질 수 없어 ‘너도? 나도!’

30만 원대 저수가 임플란트 치과가 모두 대형인 것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서울 강남에 위치한 D치과의 경우, 유니트체어 6대에 치과원장 몇 명이 교대로 근무하는 형태로 앞선 저수가 치과와 비교해 현격히 규모가 적은 편이었다.

 

진료 시스템 또한 앞선 대형 저수가 치과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원장의 체어 타임이 2분 내외인 대형 저수가 치과들과 달리, D치과는 대기 환자가 상당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진부터 상담까지 원장의 체어 타임이 7분을 초과했다. 또 환자의 질문에 가능한 성실히 응답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앞선 대형 저수가 치과의 기준으로 볼 때 D치과는 비효율적인 치과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D치과가 30만 원대 저수가 임플란트 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바로 ‘공포’였다.

 

상담 중 저수가 이벤트에 대해 질문하자 D치과 직원은 “원래 저희 치과는 저수가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주변 치과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같은 지역 내에서 뒤쳐질 수는 없기에 뒤따라 30만 원대 임플란트 이벤트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수가 치과에 대해 많은 치과의사가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30만 원대 임플란트’가 치과의사로서의 삶을 위협할 정도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 치과 개원 현장에서 느낀 분노이자 열패감이었다.

천민제 기자 mjreport@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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